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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 잊혀진 바다

by Bono





신이 세상에 지문을 남겼다면

이 곳인지도

까마득히 먼 하늘에서

지상으로 고개를 낮추어 바라보다

다물생의 번잡함에 휘청인 몸짓

깊게 패인 갯골로 남았다







물길이 끊긴 광막한 사르가소의 해

한때는 금빛 물결 어룽대며

태양의 수가 놓이던 수라,


물길 막혀 부풀어 오른 갯골

신의 한숨이 흩어지는 노을을

품어 안아든 지금은 잊혀진 바다








순결한 얼음더미에 부리를 묻고

눈 녹은 푸른 툰드라를 날아올라

깃털을 키워낸 새들이 날아오는 곳

해무를 밀어내는 새들의 군무



늘 처음인 듯 경이로워

저들을 따라 팔을 벌리면

겨드랑이 아래 저어새 깃털 하나

돋아난 듯 간지러워 날개짓 하다

푸른 어둠 속으로 잠겨든다








늙은 염부꾼 달을 향해 감아올린

수차를 따라 물길이 숨어들면

염랑게가 밀어 올린 모래구슬

비단고둥이 그려낸 만다라가

갯벌 위에 피어나고



닻을 내린 붉은 머리 도요새는

여윈 얼굴의 부처가 되어

토렴하듯 배아래 알을 굴리며

잠이 드는 수라






이곳은 별들이 묻힌 오래전의 낙원

바다를 꿈꾸는 흰 발 농게

절름발이 걸음이 둑을 두드리는

생명의 요람에서 새들은 노래하며

무수한 삶 고요히 이어고 있다



낯선 언어의 노래들이

보드레한 노을 사이 풀어져

자연과 우리의 경계를 허물고

욕심으로 아수라가 되어버렸어도

저들이 부르는 노래는 변하지 않아

시리도록 눈부신데



수라,

당신에게 보내온 바다의 편지

펼치지 않아 슬픈 밤들이여

















#황윤감독다큐

#수라

#잊혀진바다의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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