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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脈

by Bono



손 끝에 만져지는 주름은

당신의 서사를 담은 돋을새김의 문자

내게 새겨지는 결들은

당신의 혈관을 타고 흘러온 맥脈



아. 버. 지

입을 벌리다 삼켜 문 공기

압축되어 눈 앞의 시공을 열면

호흡이던 언어가 사라진 자리에서

기억을 붙들고 서성이는 내가 보인다



나만한 나이에 세상을 업고

다리에 묶인 추의 무게로 허우적대다

결국은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린

고샅길 사이 어린 날의 당신이 잠든



하지의 태양이 닿지 않은

순결한 처소로 걷고, 또 걸어

당신 기억의 사르가소해로 가는 길



바람에 우는 목어를 풀어놓은 물길

이제야 아가미를 되찾은 목어,

잃었던 부레를 부풀려 돛을 달고

멈춰있던 기억의 바다 사이를 유영한다



청동의 비늘이 돋아난 등에 올라

발목에 새겨진 초승달을 붙들고

슬픔의 이랑 안 고여든 어둠을 마시면



멀고 먼 나라의 방랑자

닻을 내린 적 없는 외로운 영혼이

내게로 이어지는 길이 열리네



내 앞에 잠이 든 외로운 영혼

손 끝에 닿는 주름결 어루만지니

들려오는 만추의 낙엽 소리



아버지,

고요히 불러보는 내 영혼의 나침반






이종구 화가 : 아버지의 배추







* 같이 듣고 싶은 곡


조성진 : Handel - Menuetto in G minor


https://youtu.be/5ctnesYYicM?si=ijCisQJwUyHhkyC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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