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당신을 듣는 일
by
Bono
Oct 1. 2023
아래로
아이가 말문이 트이기 전
발화가 의미를 품고 나오기 전
처음의 대화는 듣기라지
발화의 시작이자 관계의 기초
우리가 잊어가는 것
귀를 기울인다는 건
자음과 모음이 만든 체로 거른 마음
스며들 때까지 나를 열어두는 일
귀, 눈, 마음
숨결까지 열어두다
나날의 조각들 하나로 합쳐지면
어느 날의 외로운 당신을
마음으로 업고 오는 일
바지런한 손길로 조물조물 무친 나물
소복한 밥 위로 답뿍,
궂은 날의 당신을 다독여주듯
잊었던 것들과 잊어가는 것들을
주워 올리는 조심스런 젓가락질만
느릿느릿 오가는 정오의 4/3
들기름 호박등으로 밥알 물들이고
낯설던 당신의 얼굴도 환하게 빛나면
함께 걸어가는 이 없던 적막한 풍경 속에
느낌표 닮은 발자국 총총히 남는
한번은,
꼭 한번은 얼굴에 드리운 그늘
걷어내 줄 수 있는
내가 세상에 온 이유인 것만 같은
당신을 듣는 일
keyword
대화
관계
의미
8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Bono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에세이스트
Gloomy Relay
저자
Counting Stars, 원 리퍼블릭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세상을 기록 중인 살짝 모난 돌
팔로워
820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수묵의 시간
동행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