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말문이 트이기 전
발화가 의미를 품고 나오기 전
처음의 대화는 듣기라지
발화의 시작이자 관계의 기초
우리가 잊어가는 것
귀를 기울인다는 건
자음과 모음이 만든 체로 거른 마음
스며들 때까지 나를 열어두는 일
귀, 눈, 마음
숨결까지 열어두다
나날의 조각들 하나로 합쳐지면
어느 날의 외로운 당신을
마음으로 업고 오는 일
바지런한 손길로 조물조물 무친 나물
소복한 밥 위로 답뿍,
궂은 날의 당신을 다독여주듯
잊었던 것들과 잊어가는 것들을
주워 올리는 조심스런 젓가락질만
느릿느릿 오가는 정오의 4/3
들기름 호박등으로 밥알 물들이고
낯설던 당신의 얼굴도 환하게 빛나면
함께 걸어가는 이 없던 적막한 풍경 속에
느낌표 닮은 발자국 총총히 남는
한번은, 꼭 한번은 얼굴에 드리운 그늘
걷어내 줄 수 있는
내가 세상에 온 이유인 것만 같은
당신을 듣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