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으로』프롤로그
관계라는 이름의 문제집을 한 권 가지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내면 관계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그런 기대를 안고, 내게 주어진 문제를 하나둘 천천히 풀어왔다.
"가족관계는 가까운 사이라 쉽게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다."
"친구 관계는 영원하지 않아서 오래 함께하고 싶다면 마음을 자주 기울여야 한다."
가족, 타인, 연인, 친구.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잘 지내기 위해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실전에서 어떤 문제를 만나게 될지 모르니 이론으로 여러 관계에 대해 배워두었지만, 적용하는 것은 늘 별개의 문제였다. 기출문제로 아무리 연습해도, 내가 만나는 건 변형 문제뿐이었다.
가족관계는 조건 없이 사랑하고,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관계여야 한다는데
우리 가족은 그런 사이가 아닌 것 같았다.
또 어떤 관계는 친구가 되기 위해 온 마음을 기울이기보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
쉬운 문제가 하나도 없었다. 대부분의 문제를 틀리고 나서야 이렇게 풀면 안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틀려버린 문제들을 안고 오래 속상해했다. 이미 떠나버린 인연들을 생각하다가 ‘그때 이렇게 해볼걸.’하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렇게 며칠을, 몇 년을 보내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게 필요한 건 새로운 문제집이 아니라, 오답 노트였다. 이 문제를 통해서 어떤 부분을 배웠는지, 앞으로 마주할 문제는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정답을 알지 못한 채 아쉽게 흘러버린 시간을 떠올리며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우리는, 사랑으로』는 내가 사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기록이다.
어떤 문제를 만나 어떤 부분을 배웠고, 앞으로는 어떤 문제를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여전히 관계를 맺으며 생기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찾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꾸준히 나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갈 것이다. 이미 떠나버린 인연들일지라도 그들에게 받은 사랑을, 그들에게 준 사랑을 기억하면서. 내 곁에 머무르는 인연들, 앞으로 다가올 인연들을 생각하면서.
사람과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글을 전합니다.
지안으로부터
지안
사람과 사랑을 탐구하며 <우리는, 사랑으로>라는 중제목 아래 여섯 편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무너지지 않는 사람』
공간 사계절에 모인 다섯 작가가 귀촌·여행·책방·음식·관계를 솔직하게 기록한 5인 5색 에세이집입니다.
본 도서에서 재미와 감동, 따듯한 통찰이 담긴 다른 챕터들도 함께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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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땅에 헤딩하듯 전원생활을 하는 도예가의 귀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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