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순간

지독한 향수병이었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았다

by 지안
목차
-함께 하는 여행의 시작
-포르투 2회차 여행자라서
-마음을 전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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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여행의 시작


지독한 향수병이었다. 매일 구석구석 걸어다니던 포르투의 골목길을, 꿈에서도 구석구석 걸어다녔다. 포르투를 떠나며 다시 돌아오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는데, 아무래도 포르투가 그 말을 들은 모양이다. 포르투가 꿈속으로 자꾸만 놀러왔다.


우연히 포르투 사진을 봤을 뿐인데, 그곳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이제 분간이 잘 되지 않았다. 시나몬 가루를 솔솔 뿌려 갓 구워진 나타를 입안 가득 바삭하게 머금고 싶었다. 햇빛이 뿌려놓은 반짝임이 가득한 도루강을 동루이스 다리를 건너며 다시 보고 싶었다. 오늘 포르투의 노을은 복숭앗빛일지, 살굿빛일지, 자두빛일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포르투에 다녀온 지 3년이 흘렀다. 무서운 바이러스로 뒤집어졌던 세상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고 있었다. 멀어져야만 했던 사람들의 거리가 다시 가까워져도 괜찮은 상황이 되었다. 5월 말이면 인턴 생활도 끝이었다. 인천공항에서 포르투 공항까지 가는 비행기를 검색했다. 그사이 비행깃값은 2배가 올라있었다. 예전같았으면 왕복으로 두 번을 다녀올 수 있는 가격이었다. 손이 떨렸다. 내 욕심을 채우기에 너무 비싼 가격은 아닐까. 몇 년 뒤에는 항공가가 조금 낮아지지 않을까.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뛰어다녔다. 두 눈을 꼭 감고, 결제 버튼을 눌렀다. 떠나야했다. 더이상 꿈에서만 포르투를 걷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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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여행은 특별했다. 혼자가 아니었다. 둘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재밌고 행복한 사람, 찬을 만났다. 사랑하는 도시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간다니.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생애 첫 해외여행을 혼자 하면서 다음은 함께 하는 여행을 꿈꿨다. 모르는 사람과 여행하는 하루를 보내면서 내 여행은 풍요로워졌기에. 다음 포르투 여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하고 싶은 꿈이 생겼다. 무엇보다 포르투는 혼자만 보기에 너무 아까운 도시였다. 좋은 건 나눠야 한다고 들었다. 포르투 여행을 다녀온 이후, 나는 포르투 전도사가 되었다. 누군가 다시 갈거냐고 물으면, 당연히 그렇다고 답하기를 반복하다가. 정말로 포르투에 다시 간다. 미국, 프랑스, 호주. 해외여행으로 유명한 나라들을 다 제쳐두고, 한 번 가본 적 있는 나라로 다시 떠난다.


출국 전날 밤, 포르투에 다시 갈 생각에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아직 출발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여행의 끝이 아쉬웠다. 이불을 꼭 덮고 누워 눈을 감으며 다짐했다. 건물 하나, 풍경 한바탕, 공기 한 움큼까지 모두 기억해야지. 우리만의 시간으로 가득 채우고 와야지. 모든 순간에 우리의 추억으로 스며들어 행복이 차오르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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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멈춰야 잠이 올 텐데. 이미 한 번 포르투에 다녀온 적이 있는 나는 그곳에서의 우리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파란 하늘 아래 “우리 여기 오기 잘했다, 그치.” “응, 지안이가 완전 잘 골랐다!”하며 손을 잡고 웃으며 걷는 우리의 모습이. 걷기를 좋아하는 우리가 그곳에서는 얼마나 걷게 될까, 상상만으로도 벅찼다.


혼자일 때와는 다른 행복이 채워질 생각에, 즐거운 기다림을 품에 안고 나서야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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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 2회차 여행자라서


첫 여행이라 모든 게 서툴렀던 내가, 3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포르투에 다시 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공항에 들어가기 전부터 내내 설레는 마음이었다. 첫 비행 때는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 모든 것을 혼자 다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경유지에서 환승을 놓치면 어쩌나, 도착해서 수화물을 못 찾으면 어쩌나, 호텔을 못 찾아가면 어쩌나. 걱정을 쌓았다면 분명 태산이 되었을 것이다.


두 번째 비행은 한결 여유로웠다. 나는 이제 초보 여행자가 아니었다. 입국심사를 언제 하는지, 어떤 질문들을 하는지 이미 경험해 본 사람이었다. 찬에게 나만 따라오면 된다고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경유도 어렵지 않다고, 비행기에 내려서 호텔까지 가는 길도 내가 다 알고 있다고. 멋진 가이드를 해주는, 척척박사. 아니 척척가이드가 되어주겠다고 선언했다.


포르투 여행_5.jpg 통로 자리에 앉은 우리, 구름 위 풍경은 멀리서 봐도 예쁘다


찬은 정말로 나를 철썩같이 믿었다. 유럽여행은 처음이랬는데, 이미 여러번 다녀온 적이 있는 사람처럼 평온했다. 어디서든 잘 자는 그는 비행기에서도 잘 잤다. 그가 자는 사이에 나는 미리 저장해둔 정보를 여러번 훑어보았다. 3년만에 크게 달라진 건 없는지, 혹시 입국심사가 더 어려워지지는 않았는지. 그렇다. 나는 걱정쟁이다. 척척가이드가 되겠다고 자신만만하게 외친만큼, 찬이가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분명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보면 함께 알아봐주려고 할 사람이라 몰래 베태랑 가이드인 척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찬이가 포르투에서 즐겁고 신기하고 설레는 감정만 가져가길 바랐다. 지안투어에 초대받은 게스트가 별점 5점이 부족하다고 생각할만큼의 여행을 만들어주는 것. 이번 여행의 목표였다.


“찬아 고개 돌려봐! 우리가 구름 위를 날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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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전하는 방법


다시 포르투에 간다는 생각에 얼마나 들떴는지, 연이 닿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고 싶어 한국에서 간식을 조금 챙겨왔다. 한국 과자들로만 채워도 좋았겠지만, 낯선 간식뿐이면 먹어도 되는 간식이 맞는지 조심스러울까봐 여러 가지 맛으로 골고루 준비했다. 하리보 젤리, 키세스, 린도 초콜릿, 그리고 새콤달콤.


포르투 여행_12.jpg 2019, Porto | 호스트에게 상황 설명을 위해 퇴실 전 찍어둔 사진


첫 여행도 새콤달콤과 함께였다. 친한 언니가 “이거 주면서, 친구 만들고 와!”라며 종류별로 새콤달콤을 챙겨주었다. 포도맛, 딸기맛, 레몬맛. 서로 다른 맛의 새콤달콤 세 개를 챙기니 든든했다. 비록 언니의 바람처럼 친구는 만들지 못했지만, 새콤달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내 마음을 대신 전해주었다. 첫 번째 숙소 퇴실 준비를 할 때였다. 수건을 정리하는데, 립스틱 자국이 묻은 걸 발견해 미안한 마음을 전해야 했다. 얼룩이 지워지지 않으면 꼭 연락을 달라는 말을 적은 메모와 함께 새콤달콤 두 개를 두고왔다. 내가 가진 것 중에 줄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도 새콤달콤을 챙겼다. 언제 또 작은 마음을 전해야 할 순간이 찾아올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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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It’s a small gift from Korea. I hope you have a good day after eating this! Have a Lovely day. Thank you!”


봉투 몇 개에는 이런 메시지를 적어두었다. 간식을 건네며 하고 싶은 말을 유창하게 할 수 없을 것 같아 미리 준비해두었다. 분명 첫 여행에서 다음에는 영어 공부를 하고 오리라 다짐했건만. 그 다음이 이렇게 빠르게 찾아올지 몰라 공부를 소홀히 한 탓에 이번 여행도 번역기와 함께였다.

영어를 벌써 쓰게 될 줄 몰랐는데, 간식 봉투를 꺼내든 첫 번째 순간은 금방 찾아왔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에게 처음으로 친절을 건네준 승무원에게 전하고 싶었다. 부끄러움을 삼키고, 더 나빠지지 않았으면 다행인 영어 실력으로 담당 승무원에게 간식 봉지를 살짝 건넸다. 사실, 떨려서 뭐라고 말하며 드렸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걱정이 무색하게, 환한 웃음으로 답해 주었던 순간만은 선명하다. 부끄러움보다 기쁨이 더 커졌다.


마토지뉴스 숙소로 이사하며 만난 택시 기사님께 받은 사탕 하나가 떠올랐다. 누군가가 건넨 작은 달콤함이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든 그날을 기억한다. 언젠가 받은 호의를 이렇게 누군가에게 전하고, 그 사람의 하루에 작은 미소가 되어줄 수 있다면 나는 몇 번이고 새콤달콤을 챙겨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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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기내식과 한 잔의 와인, 짭짤한 나초 하나,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며 마신 오렌지 주스 한 병.

그리고 수많은 구름을 지나고 나서야 내가 사랑하는 도시, 포르투에 도착했다.




사랑의 순간으로 가득했던 포르투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매주 금요일에 반갑게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