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토지뉴스가 속삭였다.
“나를 사랑하지 않을래?”
마토지뉴스가 속삭였다.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가장 사랑하는 도시가 어디냐고 물으면, 주저 없이 포르투라고 답할 수 있을 만큼 포르투가 좋았다. 도루강이 있는 그 풍경 하나만 보고 이곳에 왔으니까. 마토지뉴스에 있는 숙소로 옮기고 나서도 도루강변에는 하루에 한 번씩 꼭 들렸으니까. 걸었던 길을 몇 번이고 걸어도 좋고, 같은 풍경을 매일 봐도 질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 혼자 붕 떠 있는 느낌을 쉽게 지울 수 없었다.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하는 사람들만 눈에 띄었다. 가끔 마주치는 한국인들도 누군가와 함께였다. 혼자 하는 여행은 처음이라 어색했을 수도, 어쩌면 조금은 외로웠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사람들만 자꾸 눈에 밟혔다.
혼자라서 누릴 수 있는 여유도 끝내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나는 철저한 관광객이었다. 여행 첫날, 도루강변에서 나타를 베어 물던 그 순간처럼 나는 여전히 캔버스에 튄 물감이었다. 왜 나는 이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지, 마토지뉴스로 숙소를 옮기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미 완성된 풍경화에 녹아들고 싶었으니, 나중에 칠한 물감은 당연히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그림에 어울리지 않는 색의 물감이었던 거였다. 내가 가진 물감이 어울리는 나만의 그림을 그리면 된다는 걸, 며칠이 지나고서야 받아들였다.
마토지뉴스는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자기 박자에 맞춰 뛰는 러너,
서로의 속도로 걷는 노부부,
혼자 헤드셋을 끼고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는 남자.
마토지뉴스를 걸으며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각자의 속도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휴식의 시간을 온전히 누리는 이들을 보며 궁금해졌다. 나는 어떤 속도로 하루를 살고 싶은지, 내 시간을 나답게 쓰고 있는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바로 여기, 마토지뉴스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곳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하루는 포르투 시내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급할 것도 없었다. 전날 사둔 샌드위치로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책을 한 권 가방에 넣어 길을 나섰다. 해변가를 지나니 커다란 공원을 만났다.
드문드문 야자수가 심어져 있고, 높게 솟은 나무가 뻗어낸 가지와 잎 사이로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곳. 햇빛과 그늘이 적당히 섞인 벤치에 앉아 책을 펼쳤다. 공원에서 책을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4월의 햇살은 따사로웠고, 바람은 부드러웠다.
그렇게 천천히 마토지뉴스의 평화로움에 스며들었다. 이런 하루를 매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개만 돌리면 푸른빛의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싶은 곳. 마토지뉴스가 점점 좋아졌다.
마토지뉴스에서의 하루를 경험하고 나서야 나는 더 이상 관광객이고 싶지 않았다. 여행자이고 싶었다. 하지만 나를 여행자라고 부르려 하자, 어딘가 어색했다. 나는 어떤 여행자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까. 답을 찾고 싶어서, 포르투에서 지낸 며칠을 떠올려보았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내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다면 나는 그걸로 충분했다. 특별한 음식을 먹지 않아도, 똑같은 식당을 두 번 가는 것을 좋아했다. 버스만 타고 다니느라 트램을 타 본 적이 없어도 괜찮았다. 매일 도루강을 보러 가느라 다른 곳을 구경하지 못해도 아쉽지 않았다. 설령 내가 더 좋아할 수 있는 곳을 못 봤더라도 다음을 기약하면 될 일이었다. 미래의 나와 경험을 나누게 되는 것일 테니.
누군가는 “그 먼 데까지 가서 그것도 안 봤어?”라고 말할지 몰라도, 나는 좋았던 곳을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다들 한다니까’보다 ‘내가 좋으니까’를 기준으로 움직이는 사람. 내가 되고 싶었던 건 관광객도, 여행자도 아니었다. 장소가 어디든 나답게 여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였다.
처음 도루강을 마주한 그날, 나는 어떤 여행을 하는 사람인지 몰라 다른 사람의 여유를 흉내 내다보니 어색함을 느낀 거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내가 몰랐던 내 모습과 취향을 알게 되는 것, 어떤 하루를 보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 선명해지는 것. 이런 게 여행의 묘미였다. 퍼즐을 맞추듯,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채운 순간을 조각조각 채워 만드는 여행.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을 찾았다.
마토지뉴스가 고맙다.
나를 이해하게 해 준 도시.
내가 되고 싶은 나를 보여준 도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도시를 만났다.
나를 발견하는 경험을 선물해 준 이곳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포르투 여행의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
창밖으로 한참을 이어지는 마토지뉴스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나를 사랑하지 않을래?”
마토지뉴스가 속삭였다.
반짝이는 눈으로 대답했다. 사랑하겠다고.
사실 나는, 이미 너에게 빠져버렸다고.
다시 포르투에 돌아오는 날, 마토지뉴스에 다시 오는 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일 테다. 사랑하는 도시가 하나 더 생기는 순간이었다.
사랑의 순간으로 가득했던 포르투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매주 금요일에 반갑게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