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름 없는 하루를 보내며
어딘가에라도 내 이름 새기고 흔적을 남기기 위해
결국은 글이란 곳에 문을 두드린다
유일하게 아무 조건 없이 열어주는 건 글뿐이다
문을 열어 반겨주면 괜히 머쓱해지는 기분에
몇 초간 손잡이의 끝을 더듬으며 망설이다
결국은 미소 지으며 들어선다
들어선 곳에선 하얀 세상이 펼쳐진다
현실에선 볼 수 없는 깨끗한 세상
현실에 묻혀온 얼룩덜룩한 색깔들을
하얀 세상에 온 몸을 던져
다시 온전한 색깔이 될 때까지
나를 새겨본다
내 이름을 가득 도톰하게 새겨보자
내 이름이란 세상의 이불을 덮어보자
허전한 마음, 가득 채워지도록
차가운 몸, 따뜻하게 퍼지도록
이름 없는 차가운 하루에 글이라는 따뜻한 이불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