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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솔 Feb 06. 2021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 실패나 좌절까지 모두 쭉 겪어나가는 거야, 좌절이 오더라도 피하지 않고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거야. 그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 최선이야.


                - 오은영의 화해 中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 보면 ‘나 참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도전했다가 실패한 수많은 것들을 생각할 때면 열심히 살았던 순간이 무색해질 만큼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여러 공모전에 도전했고 실패했다, 취업에 도전했고 실패했다. 지금도 진행 중인 실패가 날 꿈과 현실 사이에서 어느 곳 하나 들여보내 주지 않는다.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긍정의 힘마저 빠져버렸다. 꿈을 도전하면서나 현실에 도전하면서 내 실력의 한계를 깨달을 때면 포기하고 싶었고, 잡을 수 없는 것을 잡으려 하는 거 같아서 허망한 마음뿐이었다. 그러면서도 다시 도전했고 며칠 밤을 새우면서 최선을 다했다. 비록 이게 나의 한계일지라도 후회 없는 노력을 하고 싶었다. 이 모든 과정을 겪어냈을 땐 실패했지만 또 하나의 역경을 이겨낸 거 같아서 내가 대견하고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후회하지 않았다. 후회 없는 노력으로 최선을 다했기에 내가 더 성장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계속되는 실패에 점점 두려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 두려운 생각이 온몸에 점령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난 정말 안 되는 사람인가 봐’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적어도 한 번쯤은 기회가 주어질 줄 알았다. ‘혹시 내가 해왔던 최선이 부족했던 걸까, 내가 너무 쉽게 지치는 사람인 걸까?’ 나의 최선에 의심이 들면서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난 왜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지. 왜 다 느리고 다 어려운지. 다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면서 도전했다가도 얼마 안 가서 금방 우울해졌다.


그렇게 매일같이 변덕스러운 마음과 롤러코스터를 즐긴 덕에 결국 자존감이 떨어지고 말았다. 한번 떨어진 자존감은 다시 올라올 생각이 없는지 그 자리에서 점점 굳어 단단한 돌이 된 거처럼 마음이 무거워져 갔다. 긍정적인 것도 힘이 있어야 했다. 마음의 무게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벅찬 나로서는 주저앉고만 싶었다.      


과연 다시 최선을 다해 노력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간절했지만 간절해서 자신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SNS에서 <오은영의 화해>라는 책의 한 내용을 보게 되었다. 아이의 심리를 파악해 상담해주는 오은영 박사님이 아이와 한 대화 내용이었다. 



“저 정말 최선을 다했거든요, 엄청 열심히 했어요.”
“최선을 다했으면 된 거야.”
“그런데 결과가 별로 좋지 않잖아요?"
“최선을 다 해도 언제나 결과가 좋을 수는 없어. 최선을 다하면 성공할 수 있지만 실패할 수도 있어. 좌절하기도 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그 실패나 좌절까지 모두 쭉 겪어나가는 거야.”
“그게 최선이에요?”

“그렇단다. 결과가 좋아야 최선이 아니야. 열심히 해도 결과는 나쁠 수도 있어. 좌절이 오더라도 피하지 않고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거야. 끝까지 겪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마무리가 되지. 그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 최선이야.”



오은영 박사님은 아이에게 성공해야만 최선이 아니라 보답받지 않더라도 노력한 모든 과정이 최선이라고 말해준다. 이것을 신기하게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깊은 위로를 받았다. 최선이라는 것에 대해 말해주는 문장들이 날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모든 좌절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왔던 것들을 생각하면서 ‘그래, 나 진짜 최선을 다했어. 진짜 열심히 해왔어’라고 다시금 느끼며 나의 노력을 인정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힘든 모습을 감춰야 했고 나는 괜찮아야 했다. 난 계속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했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강하다고 말했다. 강한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패하면 상처 받고 포기하고 싶고 울면서 힘들다고 투정 부리고 싶은 나는, 움츠러들어 한없이 우울해지는 나는, 위에 상담하는 아이와도 같다. 이게 온전한 나 자신이다. 그저 내가 선택한 길에 창피하지 않게 내 꿈에 대한 예의를 갖춰 나아가려는 것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너지는 나 자신을 다시 일으키려고 노력 중이다. 매번 넘어지고 좌절하지만 그래도 다시 몸을 일으켜 똑바로 서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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