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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솔 Oct 22. 2021

뻥튀기





 일주일에 한 번 나는 뻥튀기를 산다. 트럭 앞에 진열된 뻥튀기를 몇 번이나 지나치다가 한 달 전부터 사게 되었다. 인도와 차도 사이에 진열된 뻥튀기가 눈에 밟힌 것은 마음에 공간이 생겨나서였는지, 뜨거운 열기에 폭탄 같은 기계 소리와 함께하고 있는 뻥튀기 아저씨에게 눈길이 갔었던 순간이었는지 아니면 둘 다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는 마음으로 인해 그 이후부터 뻥튀기를 사서 먹으며 무료한 일상을 버텨내는 입을 달래주고 있다.     

 

 부풀려져 있는 속의 공간이 많은 뻥튀기를 먹을 때마다 금방 사라지는 달콤함을 느낀다. 그 달콤함을 느끼는 짧은 순간에 뻥튀기를 튀겨내는 뻥튀기 아저씨의 모습을 떠올린다. 다리를 절룩거리는 뻥튀기 아저씨는 대포 같은 기계로 몇 배나 부풀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작은 트럭 안에서 뻥튀기를 건져내는 것을 보곤 하는데 그 순간엔 누구보다도 뻥튀기 아저씨가 세상 제일 커지는 신기한 순간을 마주하기도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원래도 옛날 과자들을 좋아하지만, 뻥튀기에 더 눈길이 갔었던 이유 말이다. 얼마나 많은 공간이 생겨야 사람 얼굴을 닮은 달처럼 커질 수 있는 것일까? 어쩌면 나에겐 공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거 같았다. 속의 공간, 바깥의 공간, 비어있는 공간들을 받아들이며 나대로 커질 수 있는 그런 용기 말이다. 그동안 나만의 공간을 잘 채우려 노력하고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했었던 순간들 속에서 사실은 괜찮지 않았던 순간들이 더 많았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내 안에 어떠한 두려움은 아직 비어있는 공간들이 날 가로막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작은 트럭 안에 대포 같은 기계를 다루고 있는 뻥튀기 아저씨의 공간이 궁금했다. 어떻게 하면 폭탄 같은 소리를 내며 커지는 공간들을 달콤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지.      


 우리의 인생과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 또한 뻥튀기 같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나보다 더 부풀려지길 바라는 것, 텅 비어버린 쓸쓸함을 이겨낼 자신도 없으면서 스스로 공간을 만들고 커지길 바라는 내 모습처럼. 수많은 바람이 스쳤고 밤과 낮이 오고 가는 지나간 풍경 안에 내가 있다. 삶도 공간이 있어야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얼마나 많은 공간이 더 생겨야 커질 수 있는지 쌀알만큼 작고 아직 씨앗인 나로서는 두렵다. 채우려 할수록 자꾸 생겨나는 공간, 나도 언젠가 뻥튀기 아저씨처럼 점점 커지는 공간들을 달콤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삶을, 용기를 내며 살아갈 수 있을까. 그 대포 같은 기계에 들어가 어디로 튈지도 모르는 공간 속에서 열기를 참아내며 부풀려지는 것. 두렵고 무서워하면서도 대포가 발사되기를 바라는 순간 속에서 나는 살아간다.


 그 거리에는 얼마 전 인도와 차도 사이에 가드레일이 생겼다. 뻥튀기 아저씨는 그 경계를 넘으며 뻥튀기를 파신다. 가드레일이 생겨도 그 길목엔 여전히 뻥튀기가 진열되어 있고, 뻥튀기 아저씨 또한 여전히 그곳에 계신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뻥튀기 앞에서 서성거리는 나도 변함없이 그 길목을 지나친다. 어느 거리에든 시선이 닿는 곳엔 공간들이 있다. 나는 공간들을 마주할 용기를 내려 애쓰다가 그 거리를 지날 때 뻥튀기가 주는 위로를 가지고 비로소 다시 집으로 돌아와 간신히 버텨낸 어느 한 부분을 달래주며 하루를 놓아준다.



순간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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