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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솔 Oct 20. 2020

솔직한 글을 쓰는 것

못난 나를 드러낼 용기가 필요하다


내 삶에 일어났던 모든 일을 떠올려봐 

                                           


                                                          -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中







과거로 돌아가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본다면 떠올리기 싫은 기억으로 뒤덮인다. 한때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운 적이 있다. 그게 어찌 가능하겠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에겐 가능한 일이었다.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장면을 내 인생에서 삭제하는 것. 일어나지 않았던 일로 만들어 그때 나는 없던 사람으로 만드는 것.      

나에겐 이런 일들이 습관이 되어버렸고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떠올리게 만드는 사람들에겐 거짓말로 그때의 나를 다른 색으로 덮었다. 하지만 그런 기억들은 글을 쓸 때마다 하나둘씩 기억에서 돌아오기 시작했다. 글을 써야 한다면 나 자신부터 쓸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내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나 자신을 어린 시절부터 되돌아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다시 끄집어내서 기억을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엄마가 언니와 나를 학교에 못 가게 했던 기억, 밥을 먹으면 안 된다며 몇 주 동안 굶겼던 기억, 돌아가신 아빠가 위층에 다른 사람이랑 살고 있다고 말한 기억, 삼촌이 엄마 대신 돌봐주셨을 때 맞았던 기억 등등…. 하나둘씩 나 스스로 지웠던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면 다시 기억하지 않으려는 습관이 돌아와 다른 생각들로 가득 채워져 갔다.   

  

더 놀라운 것은 내가 지웠다고 생각한 기억들이 떠오른다는 것을 알았을 땐 지웠다고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어딘가 머릿속과 마음 한구석에 무참히 보관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순간들을 다시 힘겹게 꺼내는 것은 곪아있는 상처를 다시 쑤셔서 피를 흘리게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 오래된 곪은 상처를 다시 피를 흘리게 함으로써 내 마음은 서서히 새살이 돋아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서 내가 기억한 일들이 엄마가 기억하는 순간들과 다르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영화 <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대사 中


'기억은 우리 입을 통해 그려지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인생을 얼마나 자주 꾸미고 바꾸고 편집하는가?'
'자신도 모르게 기억에 덧칠을 하게 된다.'
'내가 의도한 일이 얼마나 적었는지도'
'기억은 내가 생각한 대로 남게 되어 다른 사람과 기억이 다를 수 있다. 그것이 나에겐 행복 일수도 다른 누군가에겐 상처를 주는 일이었을 수도 있는 것처럼,,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안다. 어찌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시연하나 없고, 상처하나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하지만 난 그 시기에 내가 제일 힘들고 우울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자기 연민에 빠져 살았다. 그런 나 자신을 싫어했다. 그 속에서 빠져나오고 싶은데 방법을 몰랐고 방황하는 나 자신을 자책하며 내 존재마저도 싫어했다.


그래서 난 그때부터 나의 유일한 도피처였던 책으로 피신했다. 한동안은 책 속이라는 바다에 헤엄쳐 다녔다. 누구도 이런 나를 찾는 사람이 없었으면 해서 더욱 책 속으로 잠수를 탔다. 나 자신이 제일 형편없을 때 날 보이는 것은 또 다른 내 자아라는 감옥에 갇히게 만드는 일이었기에.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책에서 답을 얻을 때까지 읽었다. 나에게 답을 알려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제발 내게 답을 주세요. 제 마음은 대체 어떻게 하면 되나요.’ 용서할 수 없는 일들을 생각하며 용서라는 것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고, 그것으로 헤쳐 나오는 방법들을 찾고자 했다. 한참 동안 마음으로 소리 없는 절규를 했다.      





마음과 닮아있는 하늘의 풍경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이런 내 마음의 답을 찾으려고 한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지금, 이 순간까지 왔다. 그나마 지금 이 상태라면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모두가 그 시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고 그 본질은 사랑이었음을 깨달았기에, 그래서 꿈을 이룰 마음이 되었고 그 꿈인 글을 쓰려고 용기를 낸 것이다. 이 정도의 마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안다. 마음속으로만 느끼고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것들을 글로 써 내려가면서 나 자신이 매우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직 깨어나려면 멀었다는 사실을 수도 없이 느낀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치유하게 되었고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되기 위해 노력하려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의 허름한 상처를 같이 보듬고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하게 되었다.   


내 감정을 순순히 녹일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나 자신이 못났을 때를 드러내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과거의 나에 대한 글을 쓰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르겠다. 넘쳐나는 감정을 쓰려고 하는 순간 몇 분간의 망설임이 다가온다. 손끝의 침묵,, 마음의 침묵,, 솔직한 마음을 담으려 하는 것이 두려운 것인지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두려운 것인지, 그렇게 글 쓰는 것이 꿈이었거늘,, 이것을 기반으로 앞으로 차근차근 발전하는 나로 성장해 가며 성장한 나로 인해 발전하는 글을 쓸 것임을 다짐해본다.      





결국 용서라는 것과 그것을 헤쳐나가는 마음을 얻는 것은, 답을 찾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 자신의 성찰을 통해서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을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작은 감정이라도 외면하지 않는 것그리고 타인의 모습과 감정 또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외면하지 않는 것



충분히 그때의 상처를 보듬고 달래주자, 자기 연민에 빠졌던 시기에도 그럴 수밖에 없었으므로 자책하지 말고 날 있는 그대로 안아 주자, 이렇게 차근차근 마음속 밤을 지워가도 괜찮다.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은 조화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처와 상처로 깊이 연결된 것이다. 아픔과 아픔으로 나약함과 나약함으로 이어진다. 비통한 절규를 내포하지 않은 고요는 없으며 땅 위에 피 흘리지 않는 용서는 없고, 가슴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 그것이 진정한 조화의 근저에 있는 것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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