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신 Dec 11. 2022

불안관리법Ⅱ

기계처럼 일하고 기계처럼 점검해주기


 기계를 끊임없이 작동시키면 고장 난다. 고장 난 기계 보고 ‘너 그것밖에 못해?’라고 나무라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고장 나면 ‘너 그 정도밖에 못해? 그 정신머리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어?’ 등 잔인한 말을 내뱉는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보고 기계처럼 일한다고 표현한다. 그럼, 사람 역시 기계처럼 대우받아야 한다. 발열이 심하면 전원코드 뽑기, 성능이 이전보다 느려지면 검사하기, 고장 나면 당연히 수리받기. 하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고장 날 징조가 보여도 무시하고 계속 작동한다. 내 상태를 점검할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다음 항목은 불안할 때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 이 체크리스트는 여러 해 동안 불안을 겪은 나의 경험으로 만들어졌다.

 
□ 아침에 일어나기 어렵다.
□ 갑자기 내 나이가 많게 느껴진다. 
□ 그동안 내가 해온 선택이 다 잘못된 것 같다. 
□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 평소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 또는 사람에게 불만이 생긴다.
□ 과거를 돌아보면 망한 것 같고 미래를 바라보면 망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내 생각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
□ 타인과 비교한다. (인스타그램 접속 빈도가 높아졌다.)
□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동시에 영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불안하다.
-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내가 지원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이미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는 순간 숨이 컥 하고 막힌다. 지원하고 싶은 곳도 없고 날 받아주는 곳도 없어 보인다.
□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 같다. 
□ 내 쓸모에 집착한다. (이때는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하다. 평소 축적해왔던 나의 장점과 자존감 데이터가 일시적으로 마비 상태)
□ 자신을 나노 단위로 검열
□ 나 빼고 모든 사람이 멋있어 보인다. 상대방은 가지고 있지만 내가 없는 것을 집요하게 찾는다.
□ 스스로 눈치를 준다. 
예. 치킨을 먹고 싶어 배달앱을 켜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슨 양심으로 치킨 먹어.’ 사고 싶은 스티커가 생길 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스티커는 무슨.’ 이런 식으로 내 모든 욕망에 대해 눈치를 준다. 
□ 집중이 어렵다.
□ 모든 일에 재미나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 다이어리를 쓰지 않는다. 책을 읽지 않는다. 다이어리를 쓰지 않고 책을 읽지 않은 행동에 죄책감을 느낀다.
□ 사소한 선택도 어려워진다. 
예. 배고프지만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몰라 배가 아플 때까지 고민한다.


 이 항목 중 2개 이상 해당하면 작동을 멈춰야 한다. 열이 식었다고 바로 작동하면 또 힘없이 작동할 테니 충분히 휴식을 취하자. 쉬는 동안 다른 사람한테 하지 못할 말을 나한테도 하지 말자. 꼭꼭.

작가의 이전글 불안관리법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