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난자 채취
안녕 아가야.
오늘은 왜 너에게 직접 말하는 것 같은 글을 쓰고 싶었는지 모르겠어.
그냥 아직 보지 못한 너지만 엄마 혼자 이른 친근감이 느껴져 이렇게 쓰게 됐어.
괜히 그러는 건 아니고 엄마가 오늘 난자 채취에서 지금까지 중 가장 좋은 결과를 얻어서 그래.
매번 3~5개, 늘 많아도 10개도 안 되는 개수였는데 오늘은 10개나 채취했어!
시험관을 겪는 다른 엄마들, 예비 엄마들 중에는 더 많은 개수가 보통인 사람들도 많아.
하지만 엄마는 평소 적게 나왔었기 때문에 이 열개가 새삼스럽고 너무 기뻤단다.
수정 개수, 동결 개수 등 점점 더 중요한 결과들이 기다리고 있긴 한데 너무 맘조리지 않기로 했어.
왠지 네가 엄마한테 한 걸음 더 가까이 와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난자 개수가 어떻든, 배아 등급이 어떻든, 신선 이식이든 동결 이식이든 와줄 아이라면 그 모든 게 꼭 비슷한 상관관계 있게 오진 않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건강히 수정도 잘되고 튼튼한 배아로 자라주길 부탁할게.
엄마도 그동안 실내 자전거도 열심히 하고 물도 잘 마시고 긍정적인 생각 많이 할게.
게을러지고 싶을 때마다 너를 생각할게. 멋진 엄마로 너를 만날 수 있게 말이야.
그저 채취만 했을 뿐인데 이번엔 왜 이렇게 설레는지 모르겠어.
그동안 있었던 결과들의 반복에 대한 무서움도 여전하긴 해.
근데 이번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있어.
마치 늘 깜깜한 터널 같았는데 그 터널의 한쪽 벽면에서 햇빛 한 줄기가 들어오고 있는 것 같아.
그렇다고 너무 빨리 오려고 부담 갖고 뛰지 마 넘어질라.
천천히 와도 되니까 건강하게만 와줘.
엄마랑 아빠랑 우리 다 같이 건강하게 만나자.
엄마 닮았으면 무서움 많이 타서, '갈까 말까, 저 뱃속은 안전할까?' 많이 망설일 너일지도 모르겠다.
엄마도 살아보니까 한 번 눈 딱 감고 질러보면 그다음에 놀랍도록 새로운 세상과 경험인 것들이 많더라고.
이번에 그럴 테니까 엄마 뱃속에 자리 잡아봐 주렴. 사랑으로 네가 언제든 안전하게 해 줄게.
아직 보이지 않지만 곧 내게 올 아가야, 오늘 하루 엄마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