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주파수

힘들수록 나 자신에게 집중하기

by oneul

이제 시험관의 마지막 관문인 배아 이식 일정만 남겨두고 있다.

채취 후 수정도 동결도 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고 한 달 쉬고 동결 이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생리 주기 조절을 위해 먹기 시작한 피임약. 28일을 먹어야 한다.

KakaoTalk_20250622_082659024.jpg

시험관을 하는 모든 사람이 휴식기 중 피임약을 먹는 건 아니다.

계획된 배아 이식을 진행하기 위해 생리 주기 조절이 필요할 때 복용한다.

약 복용 5일째인데 다행히 특별히 느껴지는 부작용은 없다.

힘든 점이라 함은 아직도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약의 남은 개수이다.

배아 이식을 얼른 하고 싶기도 하고 안 하고 싶기도 하다.

얼른 하고 싶은 이유는 당연히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라는 말처럼 이식을 해야 무슨 결과를 얻을 거니까.

안 하고 싶은 이유는 부정적인 결과의 가능성 때문에 오는 회피 감정이다.

그래도 얼른 이식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지금의 휴식기에 먹는 이 약의 개수가 많게 느껴진다.


시험관을 하면 기다림을 견뎌야 하는 순간이 많다.

시험관 시작도 생리 2~3일째를 맞춰야 시작할 수 있고, 난자 채취 전 중간중간 어떤 상태인지 보는 기간이 필요하다. 채취 후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 또한 만만치 않게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지금처럼 동결 이식 전 휴식기.

이식 후의 기다림은 또 더 만만치 않다. 바로 결과를 기다리는 기다림이기 때문이다.

일정 기간 후 착상이 됐는지 피검사를 해야 하고 오후에 결과를 듣기까지 피가 마른다.


시험관을 하다 보면 온 삶이 시험관, 아이 갖는 것으로 점철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럴수록 의식적으로라도 나를 위한 삶으로 주파수를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관 일정과 그에 따른 결과에만 신경을 두고 살면 너무 힘들고 나 자신이 희미해질 것 같다는 생각.

물론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어디까지나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이다.

시험관을 진행하면서 몸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일, 시험관 일정에 집중하는 것이 더 편안하고 마음도 건강하게 진행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평균적인, 종종 그 이하인 정신력을 가진 나는 시험관 일정에 조금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 일정하는 날 언제 돌아오지?'하고 목 빠지게 기다리는 일을 멈추기로 했다.

물론 잘 안 되지만 일부러라도 그러기로 했다.

아이를 너무 간절히 원하지만 간절히 기다리진 않겠다는 다짐.


내 일상의 전부가 시험관이 아니라 가족 여행도 다니고 공부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하는 중에 끼어있는 삶의 일부 중의 하나가 시험관이 되도록. 그러다 만나는 어떤 결과든 끝이 아닌 그저 삶의 일부일 뿐이라고.

지금 이 차수가 성공이든 실패이든 다시 또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생기지 않은 아이보다 현재 존재하고 있는 나부터 아껴주고 챙기며 살고 있기로 다짐한다.

그래서 내 아이가 행복한 엄마, 불안해하지 않는 엄마에게 찾아올 수 있도록.


매거진의 이전글운동을 시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