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에 더 포기하지 않기
세 번의 이식을 실패하고 나니 다 운이라는 생각에 야속했다.
확률을 높여보겠다고 뛰어든 의학의 힘을 빌린 것이지만 이 과정도 운이 너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
대부분의 일들은 돈과 시간, 노력을 투입하면 조금 더 안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진다.
그러나 시험관은 들어간 자원에 비해서 확신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사를 맞은 후 나오는 난포의 개수, 그것들의 수정률, 배아의 등급, 동결 개수, 자궁 내막의 상태, 착상 여부.
각 단계마다 도와주는 약과 주사들이 있을 뿐 어느 것 하나 '이걸 하면 잘 될 수밖에 없다.'라고 단정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아기를 갖는 건 하늘의 영역.'이라는 말은 자연 임신뿐만 아니라 시험관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었다.
물론 시험관은 자연 임신이 어렵거나 지연되는 사람들에게 많은 희망과 행복을 안겨주고 있는 건 사실이긴 하다. 내게도 희망이고 원하는 행복을 얻기 위한 끈이다.
그러나 이제 다섯 번째 난자 채취를 앞두고 있는 지금. 조금 억울했다.
왜 시험관으로 성공한 다른 이들에게 따랐던 운이 내겐 따라주지 않고 있을까 하는 억울함이다.
물론 시험관을 하면서 건강 관리, 식단 관리를 아주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많은지라 그에 비하면 억울할 것도 없다. 다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그저 병원의 프로토콜만 따르다 보니, 심지어 약이나 주사 용법을 타이트하게 지키지 않았어도 1차에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1차 만에 성공이라는 운은 꿈도 꾸지 않았지만 점점 고차수로 가기는 원하지 않았었다.
이번 차수 비임신 종결로부터의 마음 다침이 어느 정도 회복된 지금. 마음을 달리 먹었다.
모든 게 운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더더욱 포기하지 않기.
내게도 그 운이 따르는 때가 없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포기하지 않는 엄마, 본인을 끝까지 믿어주는 엄마. 아이에겐 얼마나 좋은 엄마인가.
아가 네가 꼭 찾아올 거라고, 엄마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그리고 널 만나기 전까진 절대 포기란 없다고
오늘도 다짐하고 다독인다.
꼬박꼬박 과배란 주사를 맞은 후 다녀온 초음파 진료에서 꽤 만족스러운 난포 개수를 듣고 왔다.
이것도 다 운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 결과들이 더 소중하고 감사하다.
이 작은 과정들의 감사함과 소중함을 더 느끼고 아가를 맞이하라는 뜻일 거라고 생각한다.
새로 시작한 차수라서 또다시 많은 과정이 남아 있지만 그냥 오늘 해야 할 것들만 생각하며 나아가기로 했다.
다음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 내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이 또한 한걸음 한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