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쳤지만 단단해지는 마음
지난번 처방받은 알약을 다 먹은 후 외래 진료를 다녀왔다.
초음파를 통해 자궁 내막이 얼마나 자랐는지, 난포는 얼마나 컸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이번 배아 이식 과정은 마음을 좀 내려놓은 게 느껴진다.
자궁 내막 두께, 난포의 크기가 얼만지 궁금하지 않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포기한 심정과는 조금 다른 마음인데 그냥 담당 의사 선생님께 다 내맡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조마조마해봤자, 자궁 내막 수치 알아봤자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데 진행 과정에서 내 마음이라도 편하자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는데 의사 선생님의 판단과 의학적 절차에 내맡기자.
시험관을 하는 동안 내 몸과 정신이 너무 소모되었다.
이젠 나도 나를 챙겨주고 싶다.
병원과 의사 선생님께 맡기고 나는 처방받은 것들에만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오직 나를 위해 잘 살자. 하는 게 요즘 나의 마음이다.
아이가 있어도 없어도 나는 온전한 나로 잘 살아가야 한다.
온전한 나로 잘 살아갈 때 찾아올 아이도 행복할 것이다.
아이가 생기면 한동안은 아이를 키우는 시간으로 꽉 차버릴 것이다.
나를 키울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시험관 5차를 하는 동안 마음이 지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스스로 약간 놀랄 정도로 성숙해지고 단단해졌다.
시련에서 나를 지키는 법,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내겐 이 시간들도 소중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