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오랜 시간,
무기력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도 가끔,
여전히 그래요.
당신은 무기력이란 말에
무엇을 떠올리시나요?
아무것도 안 하는 모습?
게으르게 누워있는 사람?
하지만 무기력이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선택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그건,
무엇도 할 기력이 없는 상태였어요.
그러니까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였던 거죠.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할 수 없는 날이 있었습니다.
그런 날엔,
내가 아무 쓸모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나는 고민했어요.
이대로 있어도 괜찮을까?
어떻게 해야 하지?
결국 나는 나를 혼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공부해야지."
"열심히 해내야지."
"누워만 있어 봤자 아무 일도 해결되지 않아."
하지만 그렇게 억지로 무엇을 하려 했을 때,
성과는 더 나오지 않았습니다.
무기력할 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는,
그냥... 쉬어줘야 했어요.
"괜찮아"라고 말하면서,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줘야 했어요.
생각해 보면,
나를 멈추게 했던 그 ‘무기력’이라는 감정은,
나를 망치려는 게 아니라,
지키려는 마음이었는지도 몰라요.
너무 쉼 없이 달리기만 했던 나를
더 크게 다치기 전에
내 마음이 먼저 멈춰준 걸지도요.
무기력한 나도, ‘나’였습니다.
더 정확히는,
살아 있는 나였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나는 존재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자체로 충분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더 하지 않더라도,
나는 ‘나’였으니까요.
당신도 혹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날의 당신을
미워한 적이 있나요?
그런 당신도
살아 있었고,
버티기 위해 애쓰고 있었고,
그렇게 잘하고 있었던 거예요.
고마워요.
그렇게 버텨줘서.
살아 있어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