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슬픔이 하는 말

그래요, 사랑이었어요 <8>

by 김동하

겨울 같지 않던 겨울이 이어지던 겨울. 어제와 오늘은 눈이 내려 제법 겨울 같았다. 11월부터 눈을 뜨자마자 오구를 살피는 게 일과가 됐다.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유난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나 또한 지극정성으로 반려묘를 돌보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오구가 아프다는 걸 알고부터는 나도 모르게 모든 신경이 오구에게 쏠려 있었다. 나는 나보다 힘없는 존재를 지키려는 마음이 세상을 구원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오늘 오구는 최근 여느 날과 같으면서도 달라 보였다. 기운이 없는 모습은 어제와 같았지만 뭐랄까. 눈빛이 어제와도, 그 어떤 지난날과도 달랐다. 지난 토요일, 수의사는 오구가 복막염일 확률이 99%라고 했지만 나는 남은 1%의 믿고 싶은 확률에 의지해 안락사를 미루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얼핏 보기에는 그저 기운이 없는 걸로 보이지만 고양이는 죽을 때까지 아픈 내색을 안 하는 동물이라고 했다.


KakaoTalk_20241218_093353179.jpg
KakaoTalk_20241218_093310228.jpg


나는 욕심을 부렸다. 나라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을 거라고. 그랬는데, 오늘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작업을 나가려고 외투를 걸치고도 좀처럼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구 옆에 누워 오구의 눈을 보는데 오구의 시선이 이전과 달라 보였다. 그 눈을 보다 나도 모르게 말했다.

“오구야, 너무 힘들면 그만 가도 돼.”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했을까. 십여 분이 흘렀을 때 오구는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고통스러워하는 오구를 보며 나는 미뤘던 결정을 내려야 했다. 오구를 묻어주기 위해 고향으로 가는 길, 자주 오가던 길이 달라 보였다. 시간이 흐르고 있었지만 차가 계속 제자리 같았다. 눈 덮인 땅을 파고 오가며 자주 볼 수 있는 곳에 오구의 새집을 지어주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까만 고양이 한 마리일 뿐인데, 나는 이 아이 때문에 지난 두어 달 무척 힘들었다. 전업 소설가로 살겠다고 스스로 선언한 뒤로는 주 오 일제를 지키며 매일 같이 글을 썼다. 퇴고의 비중이 높다 보니 작업량에 비해 발표한 원고가 많지 않지만 나름 나와의 약속을 지키며 살아왔는데 오구가 아픈 뒤로는 이 약속을 어긴 날이 적지 않다.


KakaoTalk_20241218_093653263.jpg


이달 들어 오구는 기운이 없어 가까운 화장실에 가는 동안에도 두세 번씩 쉬고는 했다. 그런데 그렇게 아픈 중에도 딱 한 번 내 서재까지 와 내 무릎 위에 올라오려고 낑낑거린 적이 있다. 그날 나는 오구를 어떻게든 회복시켜 보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먹기 싫다는 밥을 억지로 먹이고 수액도 주사하며 희망을 간직해 왔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되고 보니 내 집착이 오구를 더 힘들게만 한 건 아닌가 하는 자책에 힘이 든다. 나이가 들면 이런 종류의 슬픔에 둔감해지리라 생각했는데 아니다. 전혀 아니다. 그저 감정을 감추는 능력이 늘어났을 뿐. 공교롭게도 겨울이면 찾아오는 비극이 무섭다. 이 슬픔에서 배운 건 하나뿐이다. 지금 많이 사랑하자. 내 까만 친구 오구가 부디 외롭지 않길.


KakaoTalk_20241218_09380986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