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At Theatre

쉽다 귀엽다 흥겹다

보스 베이비 The Boss Baby(2017)

by 프롬

치열한 박스오피스 경쟁에서 의외로 이 영화가 선전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 쉽다. 캐릭터와 기본 상황 설정만 이해하고 나면 결말이 훤히 눈에 보인다. 뻔한 결말을 싫어할 것 같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약속된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영화를 보는 제 1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역시 '엔터테인'이다. 즐겁고 싶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불편한 반전이나 찝찝한 결말은 마이너스다. 대단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에이리언 : 커버넌트>가 아니라 훈훈한 가족애를 느끼며 극장을 나설 수 있는 <보스 베이비>를 선택하는 이유다.


movie_image.jpg?type=m886_590_2 출처 : 네이버 영화


무엇보다, 귀엽다. 포스터를 한가득 차지하고 있는 주인공 '보스 베이비'는 아무리 근엄한 표정과 포즈로 앉아있어도 몸에 비해 커다란 머리, 아직 보들보들할 것 같은 배냇머리에 토실토실한 몸을 가진 베이비일 뿐이다. 여기에 알렉 볼드윈의 걸걸한 목소리와 속세에 찌든 말투가 섞인 게 포인트다. '베이비'의 외형과 '보스'의 내면을 가진 우리의 보스가 말하고 움직이고 돌아다니는 걸 보는 것만으로 귀여움에 선천적으로 약한 우리는 녹아내리고 만다.


물론 <가디언즈 오브 갤러시 vol.2>의 베이비 그루트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가오갤을 보려면 전편도 봐야하고, 마블 세계관도 이해해야 하고, 캐릭터와 관계도 이해해야 한다. 진입 장벽이 있다. 반면 보스 베이비는 깔끔하지 않나. 그냥 이 짧고(러닝타임이 100분이 채 안된다) 단순한 이야기에 잠시 빠져 있다 나와버리면 그만이다.


movie_image.jpg?type=m886_590_2 출처 : 네이버 영화


하나를 더 꼽자면, 음악이 있다. 전통적으로 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역할은 늘 컸지만 최근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에서는 그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는 듯 하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첫 편에서 새 블록버스터 시리즈의 히어로는 Come and Get Your Love에 맞춰 흥겹게 리듬 타며 등장한다. 그 첫 등장 자체가 영화의 지향점을 단번에 보여준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감옥 탈출 장면에서 퀵 실버가 보여준 활약 역시 음악(Time in a Bottle)으로 강한 임팩트를 더한다. 이렇게 적절한 음악 활용으로 히트 친 영화들이 등장하다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음악 사용에 열을 올리고 있는 느낌도 든다. 덕분에 <수어사이드 스쿼드>처럼 음악에 잡아먹혀버린 영화도 나왔다.


애니메이션에서의 음악 사용은 그와는 조금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애니메이션은 뮤지컬과 결합하여 발전해왔다) 어쨌든 보스 베이비 역시 한 곡을 선택했다. 비틀스의 Blackbird다.


비틀스의 노래는 끊임없이 영화에 쓰여 왔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는 Yesterday, <러브 액츄얼리>에는 All you need is love, <소셜 네트워크>에는 Baby you're a rich man이 쓰였다. <아이 엠 샘>의 ost는 아예 비틀스 리메이크 곡들만으로 채워져 있기도 하다. 지난 연말 개봉한 일루미네이션 애니 <씽> 역시 비틀스의 노래를 골랐다. Golden Slumber와 Carry that weight. 60년대에 데뷔하여 채 10년이 안되는 시간을 활동한 밴드의 노래가 2010년대에 개봉하는 영화들에도 여전히 쓰이고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하다. 심지어 여전히, 너무나 좋다. <보스 베이비>에서 들려오는 Blackbird 역시 제 몫을 톡톡히 한다.


Blackbird singing in the dead of night
Take these broken wings and learn to fly
All your life you were only waiting for this moment to arise


movie_image.jpg?type=m886_590_2 출처 : 네이버 영화


<보스 베이비>가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라 말하긴 어렵다. 다급한 영화다. 영화 내내 미끼를 던지자 마자 재빨리 휘감아 올리는 손짓이 느껴진다. 관객을 밀고 당기는 노련한 재주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영화에 <토이스토리 3>나 <인사이드 아웃>을 기대하는 관객은 없을 것이다. <보스 베이비>는 딱 예상 가능한, 적당한 재미와 감동을 준다. 예상 가능함은 안심을 주고 해피 엔딩은 상쾌하다. 복잡하고 불안한 하루하루에 가끔은 이런 안도감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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