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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 Theatre
by 프롬 May 26. 2017

이 영화에 바라는 건

분노의 질주 : 더 익스트림(2017)

스토리 작법이 뻔히 보인다. 이 영화는 정말 단순하다. 쌔끈한 자동차와 섹시한 여자. 그게 첫 구상의 전부가 아니었을까 싶다.


벌써 여덟 번째지만 역시 특별할 건 없다. 일단 도입부에서 시원한 레이싱 경주를 한 번 보여준다. 각자의 자동차를 건 내기다. 도미닉 토레도(빈 디젤)는 구닥다리 고물 자동차로 최신형 레이싱카를 화려하게 추월한다. "차는 뺏지 않을 거야. 네 인정이면 충분해"라며 패자를 치켜세울 줄 알고, 심지어 자신의 차까지 사촌 동생에게 훌렁 넘겨주고 떠나는 이 남자.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무조건 멋있고 쿨해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연인 래티와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던 돔에게 첨단 테러 조직의 리더 사이퍼(샤를리즈 테론)가 접근해 온다. 그녀는 돔의 (존재조차 몰랐던) 아들을 볼모로 협박해오고 결국 돔은 팀원들을 배신하고 사이퍼에 협력하게 된다. 사연을 모르는 래티와 팀원들은 돔의 배신에 당황하는 한편 미스터 노바디의 주도 하에 사이퍼 조직에 맞서기 위한 태세를 갖춰간다.


출처 : 다음 영화





대충 읽어봐도 알겠지만 어디서 많이 본 첩보 액션 영화의 골격 그대로다. 그러나 상관없다. 이 영화에서 내러티브는 그저 액션씬 1, 2, 3을 보여줄 수 있는 판을 깔아주면 충분하다. 영화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도미닉과 팀원들의 대결 구도를 형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도미닉이 팀을 배신할 이유가 필요한데, 이 의리 있고 쿨하고 멋있는 주인공이 어떻게 연인과 팀을 배반하게 만들 수 있을까. 가장 손쉬운 방식은 '가족애'를 끌고 오는 것이다. 가족애, 특히 모성애와 부성애 코드는 이해하기 힘든 인물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해야 할 때 최고의 선택이다. 가족을 위해서라는데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그래서 이 영화는 아기 한 명을 만들었고 그렇게 스토리를 지어냈다. 가족애를 이야기하기 위해 꼼꼼하고 치밀하게 스토리를 쌓아 올리는 영화들을 싸잡아 얘기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분명 어떤 영화들은 너무 뻔뻔하게 가족애를 사용한다. 치트키고 반칙이다. 이런 영화들에선 아무리 아들 사랑으로 눈물 흘려도 어떤 감흥도 자아내지 못한다.


당연히 캐릭터는 얄팍하다. 주인공인 돔도, 빌런인 사이퍼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이야 시리즈 내내 지켜봐 온 정이 있으니 그렇다 치지만, 샤를리즈 테론의 사이퍼는 아쉽다. 그녀 자체는 우아하고 무게감 있는 모습으로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사이퍼 캐릭터가 할 수 있는 건 컨트롤룸에 앉아 "당장 쏘라고!"를 외치는 것뿐이다. 그나마 이 배우였기에 망정이지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의 존재감도 없었을 테다.


출처 : 다음 영화


다른 캐릭터들 역시 용도대로 소모될 뿐 그 이상을 해내진 못한다. 개그 캐릭터인 로만은 내내 웃기기 위해 분주하다. 사실 이렇게 좀 모자란 듯한 개그 캐릭터는 팀 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액션 영화의 단골 조연이다. 그런데 로만은 이상하게 정이 가질 않는다. 이 캐릭터는 지나치게 말이 많다. 극의 흐름을 자꾸 끊어낸다.(극 중에서 드웨인 존슨이 "Why are you always yelling?"이라고 묻기도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외려 개그에 성공하는 건 제이슨 스타뎀의 데카드 쪽이다. 데카드도 종종 지나치지만, 제이슨 스타뎀은 코미디 쪽으로 확실히 재능을 발견한 것 같다.(이 영화의 베스트 커플은 데카드와 돔의 아들 브라이언이다.)


출처 : 다음 영화





그럼에도 이 시리즈를 챙겨 보게 되는 건 자동차 액션이라는 명확한 포지셔닝의 힘이다. 애초에 다른 부분에서 성공적이길 바라며 만든 영화가 아닌 거다. 관객들이 이 시리즈에 기대하는 건 탄탄한 내러티브나 감동이 아니다. 외려 그쪽은 포기하고 본다. 그냥 시원하게 달려줘. 그게 <분노에 질주>에 요구하는 모든 것이다. <더 익스트림>은 분명 달리는 쾌감을 준다. 그러니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리즈도 실패는 아닌 셈이다.


개인적으로도 카 체이싱 액션을 좋아하는 편이라(특히 쇳덩어리끼리 맞부딪히는 묵직한 중량감을 좋아한다) 꾸준히 찾아보고 있다. 킬링 타임용으로는 분명 나쁘지 않다. 


다만 좀 우려되는 점은 있다. 최근작으로 올수록 이 영화의 액션은 거의 <테니스의 왕자>급 테크닉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거의 만화다. 실제로 그냥 만화 보는 기분으로 보고는 있지만 이러다 정말 우주로 날아가 버릴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자동차 액션을 좋아하는 것은 친숙하기 때문이다. 길거리에 널린 게 자동차다. 매일매일의 생활 속에 자동차는 너무나 가까이 실재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 속 자동차가 질주할 때 그 쾌감에 더 잘 동화되고, 전복되고 부딪힐 때의 이입도 쉽다. 자동차가 자동차가 아니게 되어선 안된다. 이 영화의 다음 편이 훌륭한 스토리이길 바라지 않는다. 그냥 자동차답게, 시원하게 질주해 주면 나는 또 이 영화를 찾을 테다.


출처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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