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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롬 Jul 04. 2017

고개 숙인 남자

회사 복도에서 누군가 혼나는 모습을 보았다. 정확히는 혼나는 게 아니었다. 흘깃 들어보니 화를 내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남자는 교무실에 불려온 꼬마 아이마냥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고 고개를 앞으로 떨군 채였다. 그 사이 어떤 이야기가 오가던, 그건 혼나는 것이었다. 나는 그와 할 얘기가 있어 찾아가던 길이었지만 조용히 돌아서 계단을 내려왔다.


그와 얘기를 나누던 사람은 그가 속한 팀의 팀장이었다. 그녀가 그를 못마땅해 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공공연히 그녀는 그가 무능력하다, 쓸모없다 말하곤 했다. 건너 듣기론 그가 바로 근처에 있을 때도 맘에 안들어 죽겠다 토로하곤 했단다.


실제로 그는 미숙하고 일손이 둔하다 했다. 실수가 잦아 외려 일을 더 만드는 타입이었다고. 사정을 아는 누군가가 짧게 평했다.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어


안타깝게도 그는 너무 착하고 온순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맡은 일을 끝까지 수행하고자 하는 사람이었고 그 때문에 주위 사람들은 더 피곤해져야 했다. 이런 악순환 속에 팀장은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나는 아직 상사의 입장이 되어 본 적이 없는지라 무능력한 사고뭉치(이런 용어로 표현하는 게 미안하지만) 부하 직원을 둔다는 게 얼마나 속 터지는 일인지 완벽히 이해하긴 힘들다. 그러나 분명 상당한 스트레스였을거다. 몇번이고 그를 다른 팀으로 옮겨 달라고, 제발 그래 달라고 요구해왔었다더라.


그럼에도 그가 견뎌내야했을 모욕감이 나는 여전히 더 슬펐다. 따가운 시선과 냉랭한 면박을 '버텨내야 할 것'이라 생각하며 묵묵히 인고해왔을 사회초년생,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한 청년. 깎이고 떨어져가는 마음의 조각들이 날카롭게 할퀴고 있을 그의 시간들이 너무 속상해서, 우울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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