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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롬 Oct 20. 2017

그녀는 왜 사과했을까

사과(2008)

(줄거리 스포일러 포함)


이별

평범한 서울 중산층 가정의 맏딸인 현정(문소리)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직장을 잡고 제 밥벌이를 해내고 있는 여성이다. 벌써 7년째 만나온 남자친구(민석 : 이선균)도 있다. 어느 날 회사에서 보너스를 받은 현정은 민석과 여행을 계획한다. 제주도에서 둘만의 행복한 휴가를 보내던 중 갑자기 민석이 말한다.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만남

자신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는 뜬구름 잡는 말로 이별을 통보받은 뒤 현정은 극심한 이별 후유증을 겪는다. 한편, 현정이 일하는 회사와 같은 건물을 공유하는 핸드폰 부품 납품 업체 직원 상훈(김태우)는 첫 눈에 현정에게 반해 그녀의 곁을 맴돈다. 불쑥 나타나 명함만 건네고 달아나는 이 남자 때문에 어느새 현정의 옷 여기저기에 그의 명함이 자리잡는다. 현정은 그의 끈기에 감복하여 몇 번의 데이트를 하지만 쑥맥인 그가 재미없게만 느껴진다.(상훈은 첫 데이트랍시고 잔뜩 힘 주어 현정이 좋아하지도 않는 값비싼 오페라 티켓을 구해오고, 예쁜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을 안다며 자신이 군 복무할 때 경계를 서던 초소에 데려가는 남자다.) 현정은 그를 밀어내려 하지만 상훈은 현정을 포기하지 않고 현정도 그런 그의 모습을 점차 귀엽게 느끼게 된다. 그렇게 둘은 연애를 시작한다.



결혼

결국 결혼에 성공한 두 사람은 알콩달콩 신혼 생활을 즐긴다.("자기야, 나는 결혼하기 전보다 하고 나서 자기가 더 좋은 것 같아"-현정) 그러나 가족, 종교, 개인 시간 등의 문제로 둘 사이엔 약간의 서운함과 사소한 불만들이 쌓여가기 시작한다.


싸움

어느 날 간만에 친구들과 늦은 시간까지 만남을 가진 현정이 술에 취해 귀가한다. 취기가 올라 기분이 좋아진 현정은 상훈을 위해 와인과 케익을 사들고 들어간다.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상훈을 본 현정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한 잔 더하자며 꼬드기는데 아뿔사, 기껏 사온 와인과 케익을 차 안에 두고 차키와 함께 문을 잠궈 버렸음을 깨닫게 된다. 스페어키는 친정 집에 있는 상황. 한창 기분이 좋은 현정은 안그래도 엄마가 김치 싸가라 그랬다며 친정에 가서 김치도 가져오고 스페어키도 챙겨오자 말하지만, 밤 늦은 시간에 장모댁에 간다는 게 상훈은 영 껄끄럽기만 하다. 현정의 고집에 못이겨 주차해 둔 차를 빼내려는데 하필 삐뚤게 대 놓은 옆차를 박고 만다. 잔뜩 신경질이 난 상훈은 누가 주차를 이따위로 해놨냐며 욕설까지 내뱉으며 분노를 터뜨린다. 생전 보지 못했던 상훈의 욕하는 모습에서 자신에 대한 비난을 읽어 낸 현정 역시 열이 오른다. 현정의 눈엔 자기는 맨날 회식이다 뭐다하며 술에 취해 밤 늦게 들어오면서 아내가 간만에 취해 들어온 모습을 견디지 못하는 속좁은 남편으로 보인다. 차가운 냉전의 밤이 지나간 다음 날 아침, 상훈이 말한다. "나 사실 구미로 지방 발령 받았어."



분리

찝찝한 마음이 미처 정리되지 못한 상태로 서울과 구미로 떨어져 살게 된 두 사람. 자주 만나지 못하면서 다시 애틋함이 싹튼다. 어느 날, 상훈이 일하고 있는 구미로 찾아간 현정은 임신 소식을 알린다. 기뻐하는 상훈에게 구미로 내려와 함께 살고 싶다고 말하는 현정. 상훈은 임신한 몸으로 연고도 없는 시골 동네에 내려온다는 게 걱정되어 말리지만 상훈과 더이상 떨어져 있고 싶지 않은 현정은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상훈의 곁으로 간다.


재회

그러나 외롭고 심심한 구미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은 현정.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중 민석이 갑작스레 찾아온다. 잔뜩 무거워진 배를 안고 나온 현정에게 민석은 공부를 그만두고 다음 달부터 회사에 나가기로 했다며 여행 중에 한 번 보고싶어 찾아왔다고 말한다. 떠나기 전, 우물쭈물하던 민석은 이기적이었던 마지막을 사과하고 현정은 그런 민석에게 잘익은 청사과를 사서 건넨다.


배반

상훈의 집에서 회사 사람들이 모여 술자리를 가진다. 서울로 다시 올라가는 직원의 환송회다. 예정되었던 기간보다 길어지는 상훈의 구미 생활에 부아가 나 있던 현정은 그 자리에서 상훈이 사실은 구미행을 자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상훈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과 자신을 신뢰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 지방 생활의 불만이 겹치며 현정은 분노한다. 상훈은 상훈대로 억울하다. 신혼집을 마련하며 장인에게 손을 벌렸던 것이 언제나 마음의 빚이었던 상훈은 자신이 조금 더 고생을 하더라도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잘 해내고 싶었을 뿐이다. 가족을 위해 나만 고생하면 된다는 마인드로 희생을 자처해 온 상훈은 그런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현정에게 서운하다.



결별

상훈네 회사 상황이 갈수록 안좋아진다는 게 느껴진 현정은 상훈에게 회사를 그만두고 함께 서울로 돌아가길 종용한다. 그러나 상훈은 이에 응하지 않는다.("내가 말한대로 한 번만 따라줘. 내가 그 정도 가치도 안돼?"- 현정, "....너 혼자 올라가라"- 상훈) 출산이 임박한 현정은 결국 친정으로 돌아가고 상훈은 구미에 남는다.


불륜

몇년이 흐른다. 현정은 다시 회사 생활을 시작하고 과장 직함도 달게 된다. 아이는 친정 엄마가 돌봐주고 상훈은 여전히 구미에서 홀로 지내며 간혹 올라와 아이를 보고 간다. 현정은 민석과 다시 만남을 시작하며 외로움을 달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현정도 편하지 않다. 결국 두 관계를 모두 정리하기로 결심한다.



사과

현정은 우선 민석에게 더이상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하며 사과한다.("난 여태껏, 사랑이란 걸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정말로... 정말로 노력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 미안해...") 한편 결국 회사를 그만두기로 한 상훈에게도 이혼 이야기를 꺼낸다. 잠시 침묵하던 상훈은 이를 수락한다.("당신 나 미워하잖아.") 이혼 서류를 가지고 온 상훈을 뒤에서 끌어안고 현정은 사과한다. "미안해...미안해...."



- 감독이 50쌍 이상의 실제 커플을 인터뷰하여 만든 현실적 멜로 드라마.

- 외국 로맨스물에서 느낄 수 없는 한국적 연애와 결혼의 풍경이 사실적으로 담겨 있어 대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이 많음.

- 현정, 민석, 상훈 등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 평범함이 무기인 영화.

- 평범했던 중산층 가정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너져 가는 모습 역시 현실적.


*영화에 대한 감상은 영화를 보고 친구에게 내용을 주절주절 떠들어댄 후 나눈 카톡 대화 내용으로 대신한다.

  (약간의 각색과 수정을 거쳤다.)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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