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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롬 May 15. 2018

프리 파이어(2016) + 소공녀(2017)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남기기

1.

프리 파이어 Free Fire (2016)



보스턴의 한 폐공장, 브로커인 저스틴과 오드의 주선 하에 크리스와 버논이 무기 밀매를 위해 접선한다. 그러나 첫 대면부터 조금 삐그덕대던 이들의 만남은 팀 일원 사이에 예상치 못한 악연이 드러나며 순식간에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전형적으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이야기가 확대되어 가는 과정이 아주 자연스럽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정된 공간과 실시간으로 전개되는 제약 안에서 배우들의 앙상블만으로 몰입을 이끌어 낸다는 매력만큼은 분명하다.


이 영화를 비롯해 어떤 영화들은 시공간적 제한을 이야기의 동력으로 삼는 역발상을 취하곤 하는데 많은 경우 연극적인 특성을 띤다. <대학살의 신>이나 <키기 미키짱>은 실제로 연극이 원작이기도 하다. 공간의 한정은 히치콕도 자주 사용한 방식인데 <로프>나 <이창>을 보면 주인공 영화 내내 아파트 공간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총성이 난무하는 중후반부에서는 <저수지의 개들>을 비롯한 타란티노의 영화들 역시 떠오른다. 다만 본격적으로 총격전이 진행되기 시작하면서 외려 영화의 장력이 조금 느슨해진다는 점이 아쉽다.


일종의 블랙코미디인만큼 주고 받는 대사들 속에 드러나는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있는데 의외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아미 해머가 연기한 오드. 반면에 상당히 짜증을 유발하는 캐릭터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2.

소공녀 (2017)


안정적인 직업 없이 가사도우미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미소는 남들의 시선이야 어떻든 매일매일이 행복하다. 한 갑의 담배와 한 잔의 위스키,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으면 하루치의 행복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해 들어 급작스럽게 인상된 담뱃값 때문에 근근히 이어져오던 미소의 재정 상황에 비상이 걸린다. 소소한 그녀만의 행복을 포기할 수 없는 미소는 고민 끝에 차라리 집을 포기하겠다는 파격적인 결정에 이른다. 그녀가 세운 대책은 대학 시절을 함께 한 친구들에게 며칠씩 돌아가며 신세지는 것. 과연 미소는 앞으로도 소박한 자신만의 행복을 지켜낼 수 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가 에세이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소확행(小確幸)'이란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요즘이다. 일찌감치 트렌드코리아 2018에서 올해의 키워드로 꼽기도 했다. 영화계도 예외는 아니다. <리틀 포레스트>나 <소공녀>는 달라진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다. 야망과 성공의 화려한 허상을 자의 반 타의 반 포기한 이들은 한끼를 먹어도 건강한 음식을, 한 잔을 마셔도 맛있는 술을 찾는 것으로 행복에 대한 태도를 전환했다.


<소공녀>의 이야기는 어떤 면에서 현대판 <어린 왕자> 이야기로 보이기도 한다. 어린왕자가 주변 행성을 여행하며 어른들의 (이상한) 세계를 만나게 되듯 미소 역시 제 나름대로 세상에 이미 적응해버린 옛 친구들의 집을 하나 하나 여행하며 달라져 버린 그들의 세계를 실감한다.


이 영화의 장점은 섣불리 미소를 성장시키는 결말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독은 미소가 영위하고 있는 행복의 진실성을 무시하지 않는다.


영화  평범함과 거리가 먼 미소를 지켜보며 나는 자꾸 그녀의 삶에 가치판단을 내리려 했던 것 같다. 내일을 고려하지 않고 행복한 오늘만을 살아가는 모습에 아무래도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그 모든 여정 이후에도 스스로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미소의 뚝심을 한강변의 작은 불빛으로 확인하자 어쩐지 더이상 오지랖 부릴 수가 없어졌다. 그저 나와 마지노선이 다른 인생을 살 뿐인거니까.


아, 나도 마지노선을 조정하면 좀 더 행복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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