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드디어 그 영화를 보러 갈 거다. 예상했던대로 개봉 첫날부터 전국의 영화관을 모두 잠식한 그 영화 말이다. '드디어'라 표현하기엔 개봉한 지 이제 고작 이틀차밖에 안되긴 했지만, 첫날을 놓친 이상 스포일러를 피해다녀야 하는 고통은 이틀이나 일주일 뒤나 그게 그거 아닐까 싶다.
소심하고 배포가 작은 내가 전회사를 다니며 종종 저질렀던 나름의 일탈은 고작 영화 한 편을 위해 귀하디 귀한 연차를 낭비하는 것이었다. 내가 휴가만 쓰면 이사님께서 '혹시 이직 준비?'라는 의심을 대놓고 드러내시는 통에(농담삼아이긴 했지만) 괜히 이 핑계 저 핑계를 만들어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나는 매우 착하게도 평일 오전의 텅 빈 영화관을 홀로 차지하고 개봉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영화를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후에 실제로 이직을 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정말 억울할 뻔 했다. 아무튼 그 소소했던 즐거움을, 회사를 옮긴 이후엔 이런저런 이유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라 아쉽다. 맘 같아선 <스파이더맨 : 홈커밍> 때처럼 개봉날 조조로 달려갔어야 했는데. 열정이 전만 못한가 보다.
최근엔 도무지 한 권의 책을 오롯이 읽어내지를 못한다. 이 책 저 책 찝적거리기만 하다가 방치하기가 일쑤. <철학 브런치>, <입 속의 검은 잎>, <문구의 과학>, <타고난 거짓말쟁이들>, <애도 일기>, <심미안 수업>이 모두 적게는 열 몇 페이지, 많게는 수백 페이지까지 읽힌 채로 잊혀져 가고 있다. 장편 소설은 아예 엄두가 안난다. 그나마 단편이어야 한 편 한 편 읽어내다 어렵게 완독하곤 한다. 완독에 대한 강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최근엔 정말로 집중력이고 끈기고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 같아 그 부분만큼은 좀 걱정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라 90분짜리 영화도 한 자리에 앉아서 보아내는 일이 드물어 졌다. 강제로 영화관에 갇히지 않는 한 꼭 한 두 번은 자리를 뜨곤 한다. 어떤 영화는 열댓 번도 더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후에야 어렵사리 엔딩 크레딧을 마주하기도 했다. 오늘 보게 될 그 영화도, 사실 굉장히 오랜만에 세 시간 짜리 영화에 도전하는 건지라 솔직히 벌써부터 조금 두렵다. 저녁도 포기하고 퇴근하자마자 후다다 달려가는 거니 제발 나의 집중력이 온전한 상태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