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자의 저녁 공기는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아부다비보다 덜 정제되고, 더 솔직한 이 도시에는
사람들의 일상 소음, 낡은 간판, 낮게 깔린 모스크의 기도 소리까지
모든 것이 다정하게 마음을 두드린다.
해 질 무렵, 우리는 샤르자의 오래된 수크(souk) 근처 골목을 걷고 있었다.
유리로 반짝이는 빌딩 대신, 오래된 흙색 벽과 작고 다정한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창틀마다 놓인 화분들, 전등 아래 모여 웃고 있는 현지 아이들,
그리고 풍겨오는 따끈한 피타빵 냄새까지.
그날의 저녁은, 소란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시장 근처 작은 레바논 식당에 들러
길고 반짝이는 스푼으로 담긴 무탄잔(Moutabbal)과
숯불 향이 진하게 밴 양고기 케밥,
그리고 상큼한 타불레(Tabouleh)를 주문했다.
피타빵을 찢어 따뜻한 소스에 푹 찍어 먹는 순간,
입안에 퍼지는 향신료와 고소한 맛에 절로 웃음이 났다.
낯선 도시에서 이런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작은 축복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하늘은 서서히 분홍빛에서 남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옷자락을 스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멀어지다 말간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그때, 어느 슈퍼마켓 앞
낮은 담벼락 위에 앉아 있는 고양이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가늘고 길쭉한 몸, 회색과 흰 털이 섞인 무늬,
그리고 무엇보다 맑고 투명한 눈빛.
그 고양이는 마치 말없이 인사를 건네는 듯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이곳 아랍에미리트에선 고양이가 참 많다.
종교적 이유로 개보다는 고양이와 가까운 문화.
그래서 모스크 근처, 상점 앞, 골목 구석구석에서
고양이들은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날 만난 고양이는 어쩐지 다르게 느껴졌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눈빛 안에는 부드러운 인사 같은 것이 담겨 있었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고양이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저 작게 몸을 말고, 나를 지켜보았다.
그 순간, 마음이 조용히 풀어졌다.
꼭 무언가가 해결되지 않아도,
그저 이 조용한 연결 하나로도 충분하구나 싶은 감정.
이 도시에서 내가 외롭다고 느낀 적은 사실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풍경 속에서
스스로를 긴장시키는 습관은
언제나 내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었다.
고양이의 눈을 들여다보는 순간,
“너 괜찮아, 그대로도 좋아”라는 말이
아무 말 없이도 마음속에 들어왔다.
샤르자의 밤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골목,
전구 아래 빛나는 고양이의 눈동자,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기도 소리까지.
나는 작게 인사하듯 손을 흔들었다.
고양이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답했다.
그것만으로 마음이 꽉 찬 느낌이었다.
낯선 도시에서, 말 없는 생명 하나가 건넨 위로.
그 위로는 일부러 주어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진짜였다.
누군가의 말보다 더 오래 남는 감정.
그건 아마 눈빛, 온기, 그리고
그 순간 머물렀던 내 마음의 속도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혹시 당신도,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깐 멈춰 설 고양이 한 마리를 찾고 있지 않나요?
샤르자의 골목 어딘가,
어쩌면 당신 마음의 구석 어딘가에도
그런 조용한 응원의 눈빛이 숨어 있을지 몰라요.
당신은 여행 중, 어떤 ‘작은 존재’에게 위로받으셨나요?
댓글로 당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