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바닷가 산책-해 질 무렵 찾아온 조용한 치유


부드러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발밑으로는 모래가 살짝 눅진하게 눌린다. 해가 지기 직전의 바닷가는 세상의 소음이 하나둘 씻겨 내려가는 듯 고요했다. 오늘은 차로 잠깐만 달리면 닿을 수 있는 바틴 비치(Al Bateen Beach)로 향했다. 도시의 한복판에서 벗어나 이 조용한 해변에 닿는 그 짧은 이동마저도 작은 탈출처럼 느껴졌다.


jimeng-2025-05-15-457-Prompt_ A calm beach at sunset in Abu Dhabi (Al Bateen Beach), warm golden sky....jpg


아부다비에는 여성 전용 비치와 일반 비치가 나뉘어 있는 곳이 많다. 코니쉬(Corniche)처럼 관광객이 몰리는 곳은 다소 자유롭지만, 바틴 비치는 조금 더 조용하고 현지인의 일상에 가까운 곳이다. 아침에는 종종 운동하러 들르기도 하지만, 오늘처럼 해가 지기 직전의 시간은 차분하게 걸으며 마음을 내려놓기에 더없이 좋았다.

해안선을 따라 걷는 동안, 해는 천천히 수평선 아래로 몸을 낮추고 있었다. 붉은 빛이 바다 위에 내려앉고, 얇게 깔린 구름은 부드러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파도는 낮은 소리로 밀려들었다가 조용히 물러갔고, 그 리듬 속에서 마음의 호흡도 차츰 가라앉아갔다.


jimeng-2025-05-15-456-Prompt_ A quiet beach at sunset in Abu Dhabi (Bateen Beach), golden sky reflec....jpg


모래사장에는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었고, 그 중 일부는 돗자리를 펴고 간단한 음식을 나누고 있었다. 아이들이 물가에서 발을 적시며 웃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고, 누군가는 모래 위에 앉아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이 해변에 왔지만, 그 이유를 소리 내어 설명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jimeng-2025-05-15-460-Prompt_ A person sitting alone on a bench near Abu Dhabi beach, watching sunse....jpg


나는 아무 말 없이 한참을 걸었다. 신발을 벗고 모래 위에 맨발을 얹었다. 아직 햇살이 남아 있던 모래는 따뜻했고, 그 온기는 오히려 위로처럼 느껴졌다. 바람은 피부를 지나 목덜미를 간질였고, 그 바람 사이로 바다 냄새와 함께 향신료 냄새가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아부다비라는 도시는, 어느새 나에게 낯설지 않은 공기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날따라 바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이 오히려 큰 위로가 되었다. 나는 오랫동안 내 안을 소음처럼 가득 채우던 생각들을 내려놓았다. 오늘 하루도 어쩌면 별일 없었지만, 그래서 더 지쳤던 하루였다. 누군가와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큰 실망을 겪은 것도 아니었지만, 가끔은 그런 평범함이 사람을 더 깊이 무너뜨린다. 이유 없는 공허함 속에서, 나는 조용히 바다를 마주하고 있었다.


jimeng-2025-05-15-458-Prompt_ Barefoot steps on sand during golden sunset, light shadows, gentle tid....jpg


해가 완전히 지고 난 후, 바다는 어두워졌고 파도 소리는 더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텅 빈 듯 느껴졌지만, 그 비움 속에서 마음 한편이 조금은 정리되어 있었다.



‘이 조용함이 필요했구나.’
누군가 다정하게 다가와 말해준 것도 아니고, 무언가 극적인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바닷가의 그 짧은 시간이 내게 조용한 회복의 시간을 허락해주었다.


jimeng-2025-05-15-455-Prompt_ A quiet beach at sunset in Abu Dhabi (Bateen Beach), golden sky reflec....jpg


돌아가는 길에 뒤를 한 번 돌아보았다. 바다는 이제 완전히 어둠 속에 잠겨 있었고, 해변을 밝히는 가로등 불빛만이 작은 점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오늘 이 바닷가 산책이 내일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마음속에 일었다.



아부다비 바틴 비치 해 질 무렵, 나는 그저 잠시 걷고 있었을 뿐인데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날엔, 이렇게 가까운 바다가 조용히 나를 안아주는 것 같다.


jimeng-2025-05-15-459-Prompt_ A person sitting alone on a bench near Abu Dhabi beach, watching sunse....jpg


혹시 당신도, 아무 이유 없이 바다가 보고 싶었던 날이 있었나요?


그날의 바다는 당신에게 어떤 위로를 건넸나요? 댓글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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