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심장은 유리로 반짝였다.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빌딩들 사이, 나는 어딘가로 향하던 걸음을 멈췄다.
아부다비 구 시가지 중심, 함단 스트리트와 코니쉬 비치 사이 어느 길. 건물 하나하나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그 거리에서, 문득 내가 아주 작아진 느낌이 들었다.
자동차 소리도, 인파도 없는 오후.
에어컨 바람이 새어 나오는 빌딩 틈에서 나는 고요하게 길을 잃었다.
사실 목적지는 있었지만, 그날은 아무 데도 도착하고 싶지 않았다.
조금만 더 걸으면 도착할 수 있었던 카페를 외면하고, 나는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햇빛은 건물 유리창을 타고 반사되어 거리를 더욱 눈부시게 만들었고, 그 아래 서 있는 나는 마치 모든 것에서 벗어난 사람처럼 느껴졌다.
한참을 걷다 멈춘 곳은, 어느 빌딩의 그림자 안이었다.
유리와 철근으로 지어진 이 도시의 구조물들은, 내 그림자마저도 낯설게 만들었다.
빛나는 표면 속에 반사된 내 얼굴은 어딘가 어색했고, 그 틈으로 문득 ‘나는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이 도시에서는 방향을 잃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길을 잃은 채 빌딩숲 속을 서성이는 동안, 나는 묻고 또 묻고 있었다.
‘왜 여기까지 왔을까.’
‘지금 이 삶은 내가 원하는 삶일까.’
‘이 화려함 속에 나는 진짜로 존재하고 있는 걸까.’
거울처럼 나를 비추던 그 건물의 벽면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안의 ‘공허’를 마주했다.
그리고 그 공허함이 오히려 나를 솔직하게 만들었다.
무언가를 채우기보다, 비워내는 일이 먼저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늘진 벤치에 앉아 물병을 꺼냈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물 한 모금이, 이 도시에서 처음으로 느낀 위로였다.
숨이 가라앉고, 심장이 천천히 안정되었다.
그제야 주변의 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에어컨 실외기의 웅웅거림, 멀리서 울려 퍼지는 기도 소리, 그리고 내 안에서 맴돌던 말 없는 울림.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고, 나도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비로소 나는 ‘진짜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종종 길을 잃는다.
의도적으로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도시의 구석을 걷는다.
어쩌면 나는, 길을 잃는 순간에만 나를 찾는 법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늘 묻는다.
“왜 거기까지 가서, 뭐가 좋았어?”
나는 조용히 대답한다.
“길을 잃었는데, 내 그림자를 찾았어.”
혹시 당신도, 자신을 놓쳐버린 기분이 드시나요?
오늘은 일부러 한 번 길을 잃어보는 건 어떨까요?
생각보다 그 길 끝에서, 가장 솔직한 당신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여러분은 언제, 어디서 자신을 다시 마주하셨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순간을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