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자, 마음이 이상하게 뒤척였다. 무쉬리프 파크 근처 집에서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하려던 참이었는데, 낯선 충동처럼 어디론가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스며들었다. 멀지 않게, 잠시 바람이라도 쐬자는 마음으로 택시를 불렀다. 목적지는 코니쉬 비치. 아부다비에 온 지 몇 달이 지났지만, 밤의 해변을 찾아간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택시는 오래된 캠리였다. 가죽 대신 천으로 덧댄 시트는 군데군데 해졌고, 어쩌다 에어컨에서는 먼지 섞인 냄새가 났다. 하지만 나는 창문을 반쯤 내린 채, 그 매캐한 공기마저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밤의 온도는 낮보다 훨씬 온순했고, 바람은 내게 무언가를 속삭이듯 다가왔다. 택시 기사는 말이 없었다. 이 도시에선 이런 침묵도 흔하고, 오히려 따뜻했다. 불필요한 말 없이 흘러가는 그 시간 안에서, 나는 오랜만에 나 자신을 느꼈다.
도로 위엔 생각보다 차들이 많았지만, 길 위의 사람은 거의 없었다. 듬성듬성 늘어선 빌라들, 그 아래 작게 불을 밝힌 상점들, 그리고 그 사이를 지나가는 우리의 택시.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조용했지만, 나는 그 고요 속에서 오히려 묘한 위안을 느끼고 있었다. 너무 조용해서 외로운 게 아니라, 너무 조용해서 안심이 되는 밤이었다.
15분 남짓 지나 도착한 코니쉬는 생각보다 더 넓고, 더 잔잔했다. 바닷바람이 코끝을 간질였고, 멀리서 파도가 잔잔히 밀려왔다. 해변엔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운동복을 입은 이들이 천천히 걷고 있었다. 혼자 걷는 사람, 연인과 나란히 조깅하는 사람, 모래 위에 가만히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 다양한 인종과 얼굴들이 그곳에 있었다. 언어는 다르고 삶의 배경은 다르겠지만, 이 밤의 고요 속에선 모두가 같은 속도로 숨을 쉬는 듯했다.
나는 천천히 바닷가를 걸었다. 파도 소리는 멀리서 속삭이듯 이어졌고, 그 사이로 들려오는 운동화 밑창 소리, 누군가의 웃음, 아이가 내지르는 작은 외침까지. 이 모든 소리들이 내 마음을 토닥이는 것 같았다. 저 멀리 마리나 몰의 불빛이 바다 위를 떠다녔고, 아부다비 팰리스 호텔의 실루엣도 밤의 베일 너머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잠시, 나는 멈춰 섰다.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유는 없었다. 그저 가슴 어딘가가 저릿하고, 동시에 가벼워졌다. 마치 오래 묵은 생각 하나가 조용히 떠나간 느낌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 일도 없이, 그저 바람을 맞으며 마음이 조금 놓였다.
돌아오는 길에 택시는 마리나 몰 쪽을 크게 돌아 함단 스트리트를 지나 에어포트 로드로 향했다. 구 도심의 오래된 회색 건물들이 어둠 속에서도 제 색을 잃지 않고 있었고, 불 꺼진 상점들 사이로 인도계 이주민 몇 명이 나지막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누군가의 일상이 고요하게 계속되고 있는 풍경. 그 일상이, 이상하게도 나를 편안하게 했다.
숙소 앞에 도착해 택시비를 건넸다. 잔돈은 괜찮다고 손짓하고, 나는 조용히 차에서 내렸다. 아직 완전히 식지 않은 밤공기 속을 걸으며, 오늘 느꼈던 감정들이 가슴 속에서 서서히 번졌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극적인 감정이었던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지금 이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마치 어제까지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게 느껴지는 밤. 나는 비로소 이 도시의 밤공기를, 이 고요함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고요함이 내 안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주고 있었다. 지워지지 않는 무게 대신, 말없이 등을 받쳐주는 감정. 나는 그 위로에 기대어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혹시 당신도, 조용히 머무를 밤이 필요하지 않나요? 아무 말 없이, 그저 바람 따라 걷다 보면… 생각보다 더 많은 위로가 스며들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언제, 어디에서 조용한 밤의 위로를 받아보셨나요? 댓글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