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재래시장 한복판

길 잃고 얻은 단단한 마음


정오를 훌쩍 넘긴 시간,
사막의 열기가 바닥에 눌어붙은 듯 짙었다.
그 속에서 나는 아부다비의 오래된 시장 한복판에 서 있었다.



jimeng-2025-05-19-708-A vibrant fruit market in Abu Dhabi with stacked oranges, watermelons, and ban....jpeg


베두인족의 삶이 스며든 공간,
메디낫 자이드 쇼핑센터, 과일시장, 그리고 피시마켓.

현대식 건물 안, 메디낫 자이드 쇼핑센터는 의외로 조용했다.


금과 시계, 향수와 전통 의류가 조명 아래 반짝였지만
내 발걸음은 자꾸만 이질감을 느꼈다.
빛나는 물건들 사이에서 나는,
무언가 오래된 온기를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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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시장은 그 다음부터였다.
과일시장 골목을 지나며 퍼지는 달큰한 과일 냄새.
한쪽 구석엔 수박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그 옆엔 주황빛이 선명한 오렌지와 노랗게 웃고 있는 바나나가
불볕 아래서도 생기를 머금고 있었다.


'여기가 정말 사막 도시가 맞나?'
눈앞의 풍경이 믿기지 않을 만큼 생생했다.
사람들의 말소리, 손짓, 흥정하는 목소리가
시장을 가득 채웠다.


jimeng-2025-05-19-711-A bustling fish market near the Abu Dhabi port at dusk. Fresh fish on ice, fis....jpeg


잠시, 그 안에서 나는 고개를 들고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리고 마지막.
나는 피시마켓의 입구에서 멈칫했다.


사막의 도시 한가운데에서
신선한 생선이 넘쳐나는 풍경이라니.


비릿하면서도 익숙한 냄새,
수조 위에서 튀는 물방울,
커다란 눈망울의 생선들과 눈이 마주쳤다.


jimeng-2025-05-19-712-A bustling fish market near the Abu Dhabi port at dusk. Fresh fish on ice, fis....jpeg



한쪽 구석에서 상인은 손질한 생선을 봉투에 담아 건네며
소금기 어린 웃음을 지었다.


바닥엔 바다에서 금방 올라온 듯한 물기가 흐르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그 물살 위를 익숙하게 오갔다.
낯선 도시, 낯선 언어 속에서도
시장은 살아있는 숨결이었다.


그날 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오래도록 그 자리에 머물렀다.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멀리서 저녁이 밀려왔고,
석양은 바다 너머 페르시아만 위로 붉게 번졌다.


jimeng-2025-05-19-718-Golden sunset sky over the rooftops of Abu Dhabi’s traditional fish market. Fa....jpeg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의 그림자 뒤편,
시장이라는 공간은 여전히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거기엔 생존의 욕망과 일상의 고단함, 그리고 소박한 따뜻함이 있었고
그 모든 풍경 안에서


나는 처음으로,
'길을 잃는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걸 배웠다.



삶의 한복판에서 방향을 잃는 순간들,
우리에게도 종종 찾아온다.
하지만 때로 그 길 잃음은
오히려 우리를 더 단단한 마음으로 이끌지 모른다.



jimeng-2025-05-19-713-Interior of Madinat Zayed Shopping Center with rows of gold and watch shops. T....jpeg


혹시 지금,
당신도 마음속 시장 한복판 어딘가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진 않나요?



그렇다면,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의 소음을 들어보세요.


그 안에 분명,
당신을 다시 걸어가게 할 작은 울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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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여행 중 시장에서 어떤 풍경을 마주했나요?


댓글로 당신의 ‘시장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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