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위에 새긴 나의 그림자

고독이 가르쳐준 것들

아부다비에서 남쪽으로 세 시간.
긴 도로 끝에 마침내 리와 사막의 붉은 곡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jimeng-2025-05-21-864-A solitary figure sitting on the red sand dunes of Liwa Desert at sunset, long....jpeg


햇빛은 잔인할 만큼 강했고, 모래는 태양을 머금은 듯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마주한 그 풍경은 오히려 적막하고 아름다웠다. 누군가 말했듯, 사막은 아무것도 없기에 모든 것을 비춘다. 그날, 나도 내 안의 무언가와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


붉은빛 모래 언덕 위, 나는 혼자였다.
모래알 사이로 발이 푹푹 빠질 때마다 들리는 건 내 숨소리뿐.


jimeng-2025-05-21-868-A person walking alone across the red-orange dunes of Liwa Desert, small again....jpeg



붉고 오렌지빛 도는 언덕 너머로 태양이 천천히 기울며, 사막의 그림자는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문득 발 아래를 내려다봤다. 낯선 땅 위에, 또렷하게 찍힌 나의 그림자 하나. 어쩐지 낯설었다. 그것은 지금껏 마주하지 않았던 '진짜 나' 같았다.

여행을 시작할 때 나는 생각했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사람들 속에 있으면 어쩌면 괜찮아질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고요한 사막 앞에서 나는 외로웠다. 복잡한 도시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한 감정들이 이 적막 속에서 하나둘 살아나기 시작했다. 무시했던 불안, 눌러왔던 후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고독. 그것들이 사막의 모래처럼 끝없이 밀려왔다.


나는 천천히 모래 위에 앉았다. 손끝으로 모래를 흘리며 시간을 보냈다.
햇살은 붉은 언덕을 타고 부드럽게 흘렀고, 그 속에서 내 마음도 조금씩 풀어졌다.


사막 바람은 낮에는 뜨겁고, 저녁이 되면 놀라울 만큼 서늘하다. 그 온도 차처럼 내 마음도 오락가락했다. 울컥 올라오는 감정이 있었고, 문득 웃음이 나는 순간도 있었다. 혼자인데 이상하게 외롭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처음으로 '진짜 혼자'여서 외로움이 사라졌는지도 모르겠다.


jimeng-2025-05-21-866-A close-up of a human shadow cast on the rippled red sand of Liwa Desert, abst....jpeg


햇살이 완전히 기울 무렵, 나는 다시 그림자를 바라봤다.


그림자는 이전보다 더 길어졌고, 사막 곡선에 따라 부드럽게 휘어 있었다.
그것은 마치 지금껏 내가 걸어온 시간 같았다.


상처도 있었고, 돌부리에 찔리듯 날카로운 기억도 있었지만, 그 모두가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흔적이었다.

고독은 참 이상한 것이다.


멀리 떨어뜨려 놓는 듯하면서도, 결국은 나를 나에게로 가까이 데려다 놓는다.
사람들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이 끝없는 사막 한가운데서의 고독은 전혀 달랐다.
여기선, 아무것도 없으니 숨기지도 못하고, 도망칠 곳도 없다.


jimeng-2025-05-21-869-Wide-angle shot of the Liwa Desert with deep red dunes, curved ridgelines unde....jpeg


그래서 결국 마주해야만 했다. 내 안에 있는 슬픔과 허기, 그리고 아주 작은 희망까지도.

사막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 침묵 속에서 많은 걸 들었다.
그날, 나는 사막 위에 내 그림자를 또렷하게 새겼다.
그리고 그것이 단지 빛의 흔적이 아니라, 내 안에 남겨진 고독의 모양이라는 걸 깨달았다.


혼자인 시간이 나를 약하게 만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나를 단단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jimeng-2025-05-21-872-A human hand slowly letting red desert sand fall through fingers, close-up sho....jpeg


붉은 모래 위를 천천히 걸어 내려올 때, 나는 더는 도망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고독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조금씩 나를 꺼내어 다시 그리는 일.
그것이 이 여행이 나에게 가르쳐준 가장 중요한 수업이었다.


jimeng-2025-05-21-863-A solitary figure sitting on the red sand dunes of Liwa Desert at sunset, long....jpeg


혹시 당신도 지금, 당신만의 사막을 지나고 있나요?


그 길 위에 새겨진 당신의 그림자에, 잠시 눈을 맞춰보세요.
그 속에, 지금보다 더 솔직한 당신이 서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여러분은 고독 속에서 어떤 자신을 발견하셨나요? 댓글로 나누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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