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친구의 미소

언어를 넘어 마음이 통하던 날



Image_fx (82).jpg

햇살이 길게 눕는 아부다비의 저녁, 집 근처 골목을 걷다 보면 언제나 마주치는 작은 가게가 있다. ‘바칼라’—현지의 동네 슈퍼 같은 곳이다. 진열대에는 인도 라면과 망고주스, 생필품과 낯선 향신료 봉지가 뒤섞여 있고, 에어컨은 조금 시끄럽게 돌아가며 바깥의 열기를 필사적으로 밀어낸다.



그 바칼라를 운영하는 건 라제시(Rajesh)라는 인도 아저씨다. 약간 배가 나온 중년의 체격에, 항상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있는 그는 말할 때마다 머리를 양옆으로 흔드는 특유의 리듬을 갖고 있다. 처음엔 그 몸짓이 대체 무슨 의미인지 몰라 멈칫했던 기억이 난다.



그날도 평소처럼 지친 얼굴로 퇴근하던 중, 문득 무언가 시원한 게 먹고 싶어졌다. 자연스럽게 발길이 바칼라로 향했다. 문을 열자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후각을 찌르며 익숙하게 반겨왔다.


Image_fx (83).jpg



“Hello my friend!”
언제나처럼 활기차게 웃는 라제시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는 기다렸다는 듯, 작은 냉장고에서 망고주스를 꺼내 건넸다.



“Today very hot. You drink. Sweet mango! Very good!”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계산을 하려는데 그는 손을 내저었다.


Image_fx (88).jpg


“No, no money today. First gift. You new here, yes?”


조금 당황했지만 그의 진심 어린 눈빛에 장난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나중에 보니, 그 주스를 건넬 때마다 그는 누구에게나 그렇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고객이라기보다, 손님을 친구처럼 여기는 사람. 그게 라제시였다.


우리는 엉성한 영어와 몇 마디 힌디어, 그리고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내게 “코리아 BTS very good!”이라며 방탄소년단 노래를 흥얼거렸고, 나는 웃으며 “인도 영화 좋아해요!”라며 '세 얼간이'를 외쳤다. 공통의 언어는 없었지만, 그 짧은 몇 분간 마음만은 통했다.


Image_fx (84).jpg


그날 이후, 라제시의 바칼라는 단순한 편의점이 아닌 '인사하고 싶은 공간'이 되었다. 무표정한 하루 속에서 나를 웃게 만드는 몇 안 되는 순간.


“Friend! You okay today?”


그가 내게 손을 흔들 때,


나도 어느새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Image_fx (86).jpg


언어가 달라도, 문화가 달라도, 마음은 다르지 않다는 걸 나는 그 아저씨에게 배웠다. 이름보다 웃음이 먼저였고, 설명보다 태도가 먼저였다. 아부다비에서 처음 생긴 유대감은, 그렇게 망고주스 한 잔과 미소 하나에서 시작됐다.


지금도 퇴근길에 바칼라 문을 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인사.


“Hello hello! My Korean friend!”


그 한마디면 오늘도 괜찮은 하루였다 싶어진다.


Image_fx (90).jpg


때로는 가장 작은 미소가, 가장 먼저 우리의 마음을 데워주는 법이니까.


혹시 당신 주변에도, 그런 작은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있나요?


그 미소 덕분에 하루가 가벼워졌던 기억이 있다면, 오늘은 그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은 어떤 순간, 낯선 사람과 마음이 통한다고 느꼈나요? 댓글로 들려주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막 위에 새긴 나의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