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밤, 마음을 비추다
마리나 몰을 지나, 헤리티지 빌리지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하루를 마친 도시가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고,
달빛은 고요하게 항구를 감싸고 있었다.
바다 옆 벤치에 앉아, 나는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헤리티지 빌리지는 낮엔 관광객들로 북적이지만,
밤이면 그 모든 소란이 사라진다.
모래로 쌓은 전통 담장과 야자잎 지붕이 낮은 숨을 쉬고,
그 옆으로는 작은 항구가 바다 위를 조용히 떠 있었다.
유람선 몇 척이 정박해 있는 그곳,
바람은 염분을 머금고 부드럽게 얼굴을 스쳤다.
나는 벤치에 앉아, 멀리 반짝이는 에미리트 팰리스를 바라보았다.
황금빛 돔이 달빛과 어우러져 고요한 품격을 더했고,
마리나 몰 뒤편으로는 대관람차의 불빛이 작게 깜빡였다.
도시는 자고 있었고,
나만이 깨어 있는 듯한 감각이 온몸을 감쌌다.
이 도시에서의 두 달은, 짧지만 진했다.
낯섦 속에서 버티던 날들,
말 없이 흘려보냈던 외로움과 서운함.
하지만 오늘 밤, 이 벤치에 앉아있자니
그 모든 감정이 스르르 내려앉았다.
달빛은 정직하다.
무엇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낸다.
그 빛이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자
나는 더 이상 나를 숨기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나무 사이로 스치는 바람 소리,
그리고 한밤중에도 숨 쉬는 도시의 기척.
그 모든 것들이 내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었다.
지금껏 쫓기듯 살아왔던 나에게
이 벤치는, 이 바다는, 이 달빛은
처음으로 ‘멈춰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이 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이 오히려 나를 안아주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은 단단해진 마음으로
다시 걸음을 뗄 수 있었다.
혹시 지금,
당신도 멈추고 싶은 순간에 서 있나요?
그렇다면 오늘 밤,
헤리티지 빌리지 앞 벤치에 잠시 앉아보세요.
그 고요한 밤이, 당신의 마음을 비춰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