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빌딩 사이로 피어난 용기

작아진 내가 다시 일


아부다비에서 두바이 방향으로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 빌딩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희뿌연 사막의 수평선 너머로 점점 커지는 실루엣들. 마치 모래 위에 피어난 유리꽃처럼, 낯설고도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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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밖으로 첫눈에 들어온 것은 단연 부르즈 칼리파였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실존한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뾰족하고 완벽하게 솟아 있었다. 그 뒤로 마리나 101, 프린세스 타워, 트위스트 타워(구 카얀 타워), 그리고 DAMAC 리지던스까지. 각기 다른 디자인의 초고층 건물들이 마치 서로의 개성을 뽐내듯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나는 그 풍경 앞에서 괜히 작아졌다. 이 도시의 속도, 이 도시의 높이, 이 도시의 빛 앞에서 내가 가진 모든 게 보잘것없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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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몰 근처에 도착한 건 해가 지기 직전이었다. 황금빛이 도시 전체를 감싸며 건물 유리창에 일렁였다. 반사된 빛들이 공중에서 부딪히며 움직이는 듯했고, 나는 마치 거대한 만화경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두 손은 카메라 대신 내 마음을 붙잡고 있었다. 사실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웅장함, 그 압도감,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은 렌즈 밖의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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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 두바이 마리나 쪽으로 걷다 마리나 워크 근처 벤치에 앉았다. 요트들이 잔잔하게 흔들리는 수면 위로 불빛이 흐드러졌고, 바람에는 바다 냄새와 향신료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멀리선 누군가 아랍어로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옆자리의 웨스턴 관광객은 “It’s surreal…”이라고 중얼거렸다.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닿았다.
맞아, 정말 비현실적이었어. 이 모든 장면이.

하지만 그 순간,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나처럼 하루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을까?’
빛나는 창 안엔 누군가의 외로움도, 웃음도, 눈물도 있겠지.


자기 마음이 조용해졌다.
건물의 높이는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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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서 나처럼 작아지고, 나처럼 헤매는 누군가도 있을 거라 생각하니, 그 높은 곳이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나는 혼잣말처럼 되뇌었다.
“괜찮아, 나도 다시 일어설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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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모래는 쉽게 흔들리지만, 그 위에 심어진 용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두바이의 하늘을 찌르는 빌딩들 사이에서, 나는 아주 작은 나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혹시 지금, 당신도 너무 큰 세상 앞에서 작아졌다고 느끼고 있진 않나요?
괜찮아요. 용기는 조용히, 작게 시작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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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오늘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당신만의 부르즈 칼리파가 언젠가 당신 안에도 피어나길, 조용히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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