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밤하늘 – 별들이 건넨 조용한 약속

아부다비에서 차로 3시간쯤,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사라질 무렵, 우리는 길을 잃은 듯 달렸다.
길이라고 불리기엔 애매한 모래와 자갈의 흔적 위를 지나, 네비게이션조차 더 이상 방향을 안내하지 않는 지점에 도착했다.



"여기야. 이제부터는 걸어야 해."
현지인 친구가 말하며 차문을 열었다.

발 아래엔 믿기 힘들 만큼 단단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간조 시간, 바닷물이 완전히 빠져나가자 속살을 드러낸 바다 바닥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광장 같았다.
모래가 아닌 단단한 진흙과 조개껍질, 해조류가 굳어 있는 그곳 위를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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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빛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졌고, 오로지 이마에 단 헤드랜턴 불빛 하나만이 우리 앞을 비추고 있었다.

2킬로미터쯤 걸어 들어갔을까.



어느새 바다는 우리를 완전히 삼켜버린 듯, 사방이 적막했다.
처음엔 살짝 무서웠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수록 점점 멀어지는 육지, 그리고 사라져가는 길.
‘혹시라도 물이 들어오면 어쩌지?’


그런 불안이 마음을 스쳤지만, 이내 바람에 실려온 짠내와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긴장을 풀어주었다.

꽃게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가만히 바닥을 들여다보면, 빠르게 움직이는 게의 발자국이 보였고, 그 길 끝에서 집게를 흔드는 작은 생명들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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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집게로, 누군가는 손으로 재빠르게 눌러잡았다.
나도 몇 번이나 놓치고 허공을 휘젓다가, 드디어 손에 무게감이 느껴지는 순간, 그 조그마한 성취감에 아이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꽃게를 처음 잡아본다는 말에 친구들은 장난스럽게 박수를 쳤고, 그 순간만큼은 나도 이 땅의 일부가 된 것 같았다.



한참을 바다 위에서 놀다 돌아오니 어느새 밤은 깊어 있었다.
우리는 차 뒤편에 펼쳐둔 작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버너에 물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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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를 손질해 넣은 라면이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그 안에서 퍼지는 냄새가 허기진 우리를 사로잡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의 단맛.



그 순간, 이 세상 그 어떤 미슐랭 레스토랑도 부럽지 않았다.

배를 채운 우리는 돗자리를 펴고 바닥에 누웠다.


처음엔 별로 보이지 않던 하늘이, 눈을 조금만 익히고 나니 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정말로, ‘별이 쏟아진다’는 표현이 거짓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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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게 조용한 밤, 멀리서 간혹 파도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도시에서라면 늘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을 시간.
하지만 그날 밤엔 누구 하나 화면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들고,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친구들은 말이 없었다.
누군가는 고요히 눈을 감았고, 누군가는 별자리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밤의 대화들은 깊고, 느리고, 따뜻했다.



일상에서는 꺼내기 힘들었던 속마음도, 그 별빛 아래서는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우리 사이엔 국적도, 언어도, 나이도 달랐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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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하늘 아래, 우리는 모두 그저 하나의 ‘사람’이었다.

나는 그 밤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그건 단순히 별이 아름다워서도, 꽃게 라면이 맛있어서도 아니다.
그 밤의 시간은, 내 마음 깊은 곳의 어딘가를 건드렸다.
늘 ‘해야 할 일’에 쫓기고, ‘어떻게 보여야 할까’를 고민하던 나에게,
그 별들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있는 그대로 괜찮다’는 말 없는 위로를 건네고 있었다.

나는 그 말을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있는 그대로 괜찮아.’


그 짧은 문장이 나를 안아주는 듯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가끔, 그 별들을 떠올린다.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길을 잃은 것 같은 밤에,


그 고요한 바다 위에서 반짝이던 별들이 내게 속삭이던 말을 기억한다.

혹시 당신도, 그런 밤이 필요하지 않나요?


누군가의 위로가 아니라, 그저 가만히 함께 있어주는 별 하나쯤 곁에 있는 밤.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바다 위 하늘 아래, 당신도 언젠가 그런 별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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