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황금빛 저녁 화려함 속 고요한 나
햇살이 서서히 기울기 시작할 무렵, 에미리트 팰리스 호텔은 천천히 황금빛으로 물들어갔다.
거대한 돔 위로 마지막 빛이 내려앉고, 붉고 부드러운 노을이 둥글게 퍼질 때, 마치 시간마저 그 웅장함 앞에 멈춰 선 듯했다.
공기엔 바닷바람 대신, 모래보다 더 미세하고 은은한 향이 감돌았다. 눈부신 것들이 가득한데, 어쩐지 마음은 조용해졌다.
호텔 입구에 들어서자, 전통 의상을 입은 스위퍼(Sweeper)들이 환영의 인사를 해주었다. 그들의 동작은 유려했고, 무게감 있는 궁전 앞에서도 전혀 위축됨이 없었다. 고요한 손짓 하나로 나를 이 공간 안으로 인도했다.
실내에 들어서자 황금빛 천장과 대리석 벽, 샹들리에에서 반사되는 불빛이 겹겹이 쏟아졌다.
사람의 발소리조차 조심스러워지는 장소. 이곳의 고요는, 단순한 정적이 아닌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는 침묵의 언어 같았다. 관광객들은 많았지만, 왜 그런지 어느 정도의 고요함이 있었다.
카페 라운지에 앉아 메뉴판을 넘기던 순간, 눈길을 사로잡은 한 줄.
‘Gold Cappuccino – with real 24K gold flakes’
머뭇거릴 것도 없이 주문했다. 함께 나온 작고 따뜻한 브리오슈는 속이 비어 있었지만, 촉촉한 버터 향으로 마음을 가득 채워주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금가루. 혀끝에 닿는 순간보다 그걸 바라보던 시간이 더 길었다.
한 모금씩 조심스레 마시며 생각했다.
‘지금,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처음 마셔보는 금 커피를 먹으려 나의 삶을 이렇게 생각하게 될 줄이야......
호텔 입구쪽 어딘가 가는 길 모퉁이, 황금빛 기계 하나가 눈에 띄었다.
금 자판기(Gold ATM)
믿기 어렵지만, 실제로 이곳에선 금을 자판기로 살 수 있었다.
카드 한 장이면 손바닥만 한 금괴를 뽑을 수 있는, 현실의 환상.
그 앞에 한참을 서 있다 돌아섰다. 살 수는 없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웠다.
세상의 무게를 장식처럼 걸치고 사는 이곳에서, 나는 오히려 가장 ‘가벼운 나’였다.
시간이 흘러 해는 완전히 저물고, 호텔 외벽이 밤의 조명으로 다시 태어났다.
궁전은 이제 빛으로 된 성 같았다. 하지만 마음은 반대로, 점점 더 어두운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바깥은 화려해질수록, 나는 고요해졌다.
그날 나는 누구와도 말을 나누지 않았다. 필요한 말이 없었다.
아무도 묻지 않았고, 나도 설명하지 않았다. 그냥 그곳에 앉아 있었고, 그 자리에 있는 ‘나’로 충분했다.
이국의 공간, 낯선 호사 속에서 나는 내가 얼마나 조용해질 수 있는 사람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여행 초반, 나는 늘 무언가 증명하듯 살아가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 속에서 두려움을 감추려 애쓰고, 강한 척, 여유로운 척 했었다.
하지만 에미리트 팰리스의 저녁은 말한다.
‘가장 빛나는 순간은, 가만히 멈춰 설 때 온다’고.
돌아오는 길, 또 한 번 뒤돌아본 궁전은 여전히 찬란했다.
그러나 나의 발걸음은 이전보다 가벼웠다.
그날, 나는 그곳에서 화려함에 압도된 것이 아니라, 조용한 자신을 회복했다.
혹시 당신도 지금, 조용히 스스로에게 돌아갈 공간이 필요하지 않나요?
여러분은 언제, 어디서 '나'로 돌아오는 시간을 가졌나요? 댓글로 함께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