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오묘한 기분
액땜의 시작
아침 출근 전에 핸드폰을 보니 '업데이트'가 떴다.
늘 업데이트를 할 때 조심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어라? 어느 순간 폰이 되지 않는다.
지각을 할까 봐 그냥 폰을 들고 나와버렸다.
별일이 있겠나 싶었다.
집을 나왔다.
버스 시간을 미리 알아보고 가는데
도착 시간을 알 수가 없었다.
버스를 탔다.
내 귓가를 흥얼거려주는 노래를 들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을 멀뚱멀뚱 보게 되었다.
뉴스를 볼 수 없었다.
SNS를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이 몇 시인지 알 수 없었다.
회사에 도착해서 여차여차 물어보니 아이튠즈라는 것을 연결해서 복구를 하면 된다고 한다.
(참고로.. 아이튠즈, 아이클라우드 등으로 백업을 안 해놓음. 귀찮아하고 잘 모름..)
엇
그런데 미동이 없다..
뭔가 되는가 싶었는데
엇
어어엇...
갑자기 곤니찌와
헬로. 안녕하세요가 뜬다.
오
역시 공대생
핸드폰을 살렸다 싶었으나...
백업을 안 해 놓아서
사진,
연락처 홀라당 날려버림
사진은 외장하드에 백업을 해놓아서 다행
하지만
연락처는....................... 하...
눈 앞에 눈물이....................
지나가던 부장님이
"이 참에 정리하고 좋지!
연락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연락하면 된다. 구 남자 친구 번호들 다 지워져서 어쩌나!"
그리고 점심시간 띠리링-
"누구세요"
"점심 먹자"
"제가 왜 그쪽이랑 점심을 먹죠. 누구세요"
"너 부장"
"헉"
핸드폰이 깔끔해졌다.
정말 깔끔해졌다.
10년간 차곡차곡 쌓은 전화번호부가
싹 날아갔다.
백업을 생활화하자고 느꼈다.
그런데
뭔가 속이 후련한
이 오묘한 느낌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