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2박3일 첫 일본여행
생애 첫 해외여행
<남자 셋 여자 셋>을 보며 대학 생활의 낭만을 기대했는데 현실은 주구장창 알바 천국이었다.
그러던 중, 겨울 방학 무렵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사카 갈래?"
‘오사카 맛 집’, ‘오사카에서 꼭 가야 할 곳’, ‘오사카 쇼핑 리스트’ 등 남들이 다녀온 흔적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남들과 다르게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당시에는 여행을 가기 전 정보를 알 수 있는 사이트도 많이 없었다.) 생에 처음으로 인천 공항에 도착해 내가 본 것은 수많은 여행 자들과 달달달 소리를 내며 끌려다니는 여행용 가방이었다. 그때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뭘 해야 할지 몰라 가방에 손을 넣어 여권이 잘 있는지만 몇 번이고 확인했다.
발권과 동시에 여권과 인증샷.
첫 비행인 만큼 무조건 창가석.
잘 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떨리는 검색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여권 검사대.
얼마나 싼지 궁금해서 따라간 면세점.
도통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는 입국 서류.
창밖을 통해 찍는 구름과 하늘 사진.
기내식은 먹기 전 인증샷부터!
나의 첫 해외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로맨스는 없었다.
첫 해외여행 사진을 보면 거리의 간판, 표지판, 티켓, 지하철 입구, 버스, 지하철 등의 사진이 참 많다. 다시 봐도 왜 찍었는지 몰라 쑥스러운 웃음만 짓게 된다. 오사카도 그랬다. 서울 어디에 가도 있을 법한 음식점 간판이 언어가 달라져서인지 어딘지 모르게 이국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사실, 나에게는 한 가지 로망이 있었다. 바로 ‘게스트 하우스’. 그곳에 가면 전 세계 여행자들이 한 곳에 모여 맥주도 마시고 서로의 고민도 이야기하다 로맨스가 피어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예상대로 여러 나라에서 여행을 하러 온 친구들이 있었지만, 나의 첫 마디는 한결같았다.
- Where are you from?
- How old are you?
어딜 가나 본전 생각
여행 중의 문제는 늘 본전을 생각하는 데서 왔다. 내가 여기를 어떻게 왔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이건 보고 가야지 하는 생각. 그런 생각 탓에 무엇을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초코파이를 들고 다니면서 끼니를 해결했다. 경비를 모으는 데는 꼬박 몇 달이 걸렸는데 그에 비해 여행지에서의 하루하루는 참 짧았다. 그게 아쉬워서 더 바쁘게 움직였다.
이런 철부지 같은 생각 탓에 같이 여행하는 친구에게 배려도 부족했다. 누군가 다녀온 여행지를 계획표에 끌어다 놓고, 가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다녔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서로 연락도 하지 못하는 사이가 돼 버렸다. 처음에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참 많이 미안하다.
서툰 나라서 미안했다고 말하고 싶다.
처음 해외여행을 떠났던
그 겨울밤
시원한 생맥주를 찾아 헤매던
그 겨울밤
오사카 골목길을
잊지 말자
다시, 오사카
오사카를 다시 가게 된 건 그 후로 4년 뒤였다. 도톤보리의 글리코상은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어쩐지 심야 식당처럼 작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러던 중 츠텐카구를 지나다 아주 작은 튀김 가게를 보았다. 아주 작은 공간이었는데, 사람들은 그곳에서 둘씩 혹은 혼자서 맥주를 마시며 주인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말이 오고 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우리가 맥주를 앞에 놓고 흔히 하는 이야기, 오늘 있었던 일, 요즘 힘든 일…… 그런 이야기 말이다. 맥주 한 잔에 붉어지는 눈빛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졌다.
어쩐지 혼자이고 싶었지만, 가게 안은 사람들의 온기로 김이 서렸다.
익숙한 캐롤이 들려오는 밖을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그때, 오사카에서의 나와 지금의 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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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엄지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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