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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사진관 Mar 27. 2018

거봐, 광고 회사 힘들다고 했잖아

연초에 시작했던 제안서가 끝나니 봄이 왔다.

3월은 농번기이다.
거의 1년 농사를 좌우짓는 굵직한 제안서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농번기.. 농사를 짓자..
-
연초에 시작했던 제안서가 어제 끝이 났다. 설날 이후 주말 내내 출근을 했고, 야근을 했다. 그리고 어제 제출을 하고 번아웃 상태라 하루 쉬었다. 워 라벨이 깨지는 것이 얼마나 어마 무시하고, 번아웃이 온다는 것이 얼마나 무기력 상태로 빠졌는지 알 수 있었다.
엄마가 치킨 시켜줄까, 피자 시켜줄까 해도 모든 게 다 귀찮았다. 먹는 것조차 싫고, 나름 쉰다고 쉬는데 회사에서 울려오는 메일과 전화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씨바 그것보다
맨날 모니터를 처보고
근거를 찾으니
거북이 될 것 같다.

일하다 보면 기본 밤 12시이다.
내가 손이 느리다는 것도 느끼게 되었지만 
하나하나 새로 하는 일에 아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예전에 했던 일인데 서류를 어떻게 챙기는지 선배들이 아무도 모른다.

-
카피라이터의 카피는 그냥 촤촦~ 하면 나오는 줄 알았다.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가 필요했다.

광고기획자(AE)가 말하는 모든 것에도 근거가 필요했다.
나름 보이는 한편에 광고에
수많은 <왜?>에 답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회사 자리 옆 나의 서랍은 이렇게 먹을 것들로 채워진다.
주말에 우리 회사 밑에 편의점은 운영을 하지 않는다................. 대체 왜?
그래서 거의.................... 금요일이면 사재기로 챙겨 놓는다...

서류 때문에 우리 워너원 오빠들.................. 미안해

새벽 3시에 서울역. 정말 아무도 없다.
택시 타고 양화대교 지나갈 때 대체 누구를 위한 삶인지 돌아보게 된다.............................흑륵.............................
너무너무 피곤하다

요즘 버팀목은................ 조카 사진뿐...........................
그리고 광고 회사에 
왜 샤워실이 있고, 왜 숙면실이 있는지 알겠다.
샤워실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집보다 물이 잘 나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씨발 모르겠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극한을 느끼는 중

날씨도
계절이 바뀐지도 모르게 흘러가고 있다.
벌써 3월이다.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었다.
그런데 몸이 썩어가는 느낌이다.

하도 과자 없냐, 커피 없냐 해서 화나서. 오늘은 시키지 말라고 쌓아놓음

회사 막내이다 보니 이것저것 업무 외 신경 쓰고 챙기는 게 있는데
아...................................... 제발 회의실에서 트림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ㅠㅠ 최악이다.......
다 같이 주말에 나와서 짜증 나는데

제안서 쓸 때 필요한 건 공기 청정기였다.

이렇게 과자를 사 놓으면 
그냥 권리인 줄 안다. "오늘은 과자가 없네?"
야..................... ㅆㅂ 네 돈으로 좀 사봐라........................... 

아니 그리고 먹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임
좀 먹었으면 치워
내가 너 코 푸는 것까지 치울 수는 없잖아?
결국................................................................... 쓰레기통 옆에 가져다 드림
제발 여기 버리시라고

그리고 깨졌다.
5년 동안 출근하면서 
택시 한번 안 탔던 나였는데
너무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아서 탔다.
왜 택시 타고 출근하는지 알겠더라

제안서가 하나가 끝났다.
앞으로 몇몇의 제안서를 쓰게 될지 모르겠지만,

거봐, 광고 회사 힘들다고 했잖아
-
쓰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는데... 귀 찮아서 못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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