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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사진관 Sep 12. 2018

'서툴다'는 단어가 맴도는 날

나는 직장생활을 하도 변하지 않을 줄 알았다.

이제는 <신입사원 일기>라는 이름으로 일기를 쓰기에는 머리도, 마음도 너무 큰 것 같다. 가을이 되어서 그런지, 조직개편이 되어 다른 팀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려서 그런지 싱숭생숭하다. 예전에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 사건에 대해 왜 그랬지? 왜 그랬노!라고 화를 냈는데. 


이제는 해결책부터 찾는다. 예를 들면 촬영장에 인턴이 약간 늦었다. 예전 같았으면 "왜 늦었어!"라고 우선 화를 냈을 텐데 우리는 콘텐츠를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분위기를 끌어야 된다는 생각에 아무 말 하지 않고, 우선 콘텐츠를 잘 촬영하는 것에 집중하자고 했다. 뭐 이런 것 만 봐도 내가 점점 모글리에서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땐 펜을 구입해요,

기분이 좋지 않으면 펜을 사는 습관이 있다. 이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방구를 차릴 것 같은데... 옛날부터 뭔가 펜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문구덕후 같은 느낌이 있었다. 왜 꼭 펜은 다 쓰지도 않으면서 수집하는 욕구는 많은지 모르겠다. 많은 광고회사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덕중에 하나라고 하니 그나마 안심(?)을 해본다. 쓰다 말고. 쓰다 말고. 아이디어는 왜 이렇게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 늘. 부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라는 말을 늘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

나 아직 직장인이야!

오랜만에 친구가 전화가 왔다. "나 아직 직장인이야"라고 하니 

풉. 하고 웃는다.

나도 그렇다고 했다.

지나보니 신입사원 때 꼬박 썼던 일기는 이제 읽으면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때만의 감정을 기록해둬서 다행인 것 같다.


제목에서도 썼듯이 요즘은 <서툴다>라는 이 단어에 많은 생각이 들고, 꽂혀있는 상태이다. 뭐 그냥 이것도 문득 든 생각인데. 서툴지 않고 잘 해야 하는 직급이나 연차가 되니 그때의 서툶은 애교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가 되는 순간, 처음 회사를 입사했을 때, 하물며 이직을 해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때 등등 첫 환경 모두 서툴기 마련이다.

어쩌면 내 첫 회사에서 자장면만 쭉 사준 선배는 후배가 처음이었기에 어떻게 할지 몰랐던 서툰 상태였지 않았을까? (아....ㅆㅂ 이렇게 내가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원래 나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언제까지 서툴 수만은 없지만 조직이 개편되고, 새롭게 입사한 사람,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후배 모두 아직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데 서툴다는 것을 무시한 채 빠르게 달리려고만 한건 아닌가 싶다.

서툴러도 좋으니 말보다 결과 그러니까 일을 잘 하는 사람이고 싶다.(하여튼 욕심은 겁나 많아요)


서로의 태도에 적응할 시간과

서로의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인정하자

너무 애쓰고, 잘 하려고 윽박지르지 말자.

나 또한 언제까지 서툰 선배일 순 없잖아. 

변하지 않을 줄 알았다.

회사생활해도 나는 안 변할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뾰족하고, 날섰던 나는 동글해졌다.

내려놓았고,

기대를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게 많아졌다.

뾰족했던 하나의 별이고 싶었지만

많은 것을 비추는 보름달이고 싶다.

ㄴ 이렇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인처럼 갬성 무릇했는데

달린 답글

그렇게 하루에도 열 번씩 그믐에서 보름달이 되는 롤러코스터를 타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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