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지사진관 Nov 27. 2018

서른두 살, 또 한 해를 보내는 마음

feat.갬성충만 송년회

아마도 이 글은 최근에 다녀온 10년 지기 사진동아리 친구들과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머리로 쓴 글이다.

이미 만취를 했기 때문에 기억은 잘 나이지 않지만 그때의 그 감정을 남겨 놓으려고 한다.(일종의 관종짓)

대학생 때 만난 우리는 한 푼 한푼 아껴가며 무엇이 재미있었는지 학교 수업을 빼 먹거나, 공강이면 매일 보였고, 매일 사진을 찍었다. DSLR이 열풍이었고, 스마트폰은 없었으며 그저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이 소통채널이었다. 지금처럼 카카오톡 단톡방이 없어 약속을 잡으면 카페에 올려놓거나 일일이 문자를 했다. 


당시 문자 무제한 요금을 쓰는 나는 연락 통을 담당했는지 모른다. 철이 없었고, 게을렀으며, 열정적이었다. 그것이 우리의 20대였다. 이제는 각자의 위치해서 일을 하고, 누구는 사진에 관한 일을 하고 있지만... 가정을 꾸리고,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되고, 여전히 혼자인 사람도 있었다. 

근데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가 10년 전에 지금의 모습이  이렇다고 정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한해 내가 잘한 거 하나씩 칭찬하자!

분위기는 좋았고, 2차에 가서 갑자기 이런 질문이 시작했다. 아마도 셀프 칭찬이 필요했나 보다. 

"올 한해 내가 잘한 것, 칭찬하기!"

머리를 한대 맞은 느낌이었다. 최근 일에 대한 고민도, 투정만 많던 내게 잘한 것을 이야기 하라니...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의 올해 한 해는 최악이었습니다" 다들 놀란 표정이었다.

"남들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내가 너무 달라서 힘들었어요. 그 간격을 좁히는 게 힘들었고.. 관계에 대해서도 감정 소모가 심했던 것 같아요. 회사 사람은 회사 사람, 친구들은 친구 등등. 특히 올여름에 몇 가지를 결정해야 해서 힘들었지만.. 결론적으로 내가 나를 위한 선택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죽고 싶었고. 감정이 바닥을 친 한 해였던 것 같다. 그래서 올 한해 잘한 것은 최악이었던 것이고. 내년에는 감정 기복이 조금 덜하고, 여유롭고, 나한테 솔직한 사람이고 싶어요" (생각해보니 또 취해서  깝죽거려서 겁나 멋있게 포장하려고 했던가 싶기도 하지만...)


모임에는 다들 친하지만 가까운 사람들이 있다. 일 년에 한 번을 만나도 가깝고, 사진동아리라는 이유만으로 친하거나 아니면 시도 때도 없이 술을 마시면서 힘든 것을 털어놓거나 그러고 보니 여름에 약간의 대인기피증도 왔던 것 같다. 다들 각자 사는 게 힘든데 나만 너무 친구들을 만나면 힘들다. 고민만 이야기하는 것 같아 싫었기도 하다.


온라인 상으로 나의 글을 구독하거나, 소셜미디어로 나를 아는 친구들은 그저 여행 다니고 싶을 때 다니고, 회사생활 재미있게 하고 별다른 고민이 없이 잘 지내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건 그냥 소셜미디어일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집고갈 점은. 소셜미디어에 보여지는 '나'의 모습도 내가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나는 둘중에 하나는 가면을 쓰고 있는지 모른다. 


여행을 다녀와서 콘텐츠를 기록하고, 사진을 보여주고 이 것도 그냥 내가 다 좋아하서 했던 것들인데 이것과 내가 다르다고 부정하고, 힘들어하는 것... 아마도 언젠가 터질 모습이지만 최근에 본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염정아 역이 블로그를 통해 결핍된 것을 다른 세상에서 자아실현을 하고 있는데 그모습과 비슷하긴 했다. 다만 나는 영화 속에 조진웅역과 비슷한 성격이었다. 

저는 아직 퇴사 못해요

"그냥 블로그 하고, 여행콘텐츠 만들면 안돼?"

"두번째 책은 언제나와"

"여행다녀온 것기고만 해도 돈 많이 벌 것 같은데요?"

나를 둘러싼 타인들의 말에 기분이 좋다가도, 미안하다가도, 뭐지 씨발 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어쩜 그건 나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일 수도 있다. 나는 적어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놈인지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50% 솔직하지 못한 말이었다. 


소심하고, 거짓말 잘하고, 관계에 애너지를 많이 쏟으려고하고, 정작 일은 하기 싫어하는 등등 

결론.

못해요.

난 쫄보 그리고 무엇보다 조직생활에 특화된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다보니 6년차

그래도 나는 이런 내 모습이 충분히 좋다.

열정적이라는 단어의 반대는

하나 같이 나에게 하는말은 "열정적인 놈"이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그게 좋아요~" 라는 말이 있지만 그만큼 결핍이 많았다는 것의 증거였던 것 같다. 그렇게 열정적이고, 남들보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조금 여유로운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도하고, 조바심내는 내가 안쓰럽기도 했다. 더 이상 열정적이지 않은 것은 아닌데. 어느정도... 내가 원하는 만큼의 마음에 여유는 그때보다 몇평더 늘어난건 아닌가 싶다. 

그래도 행복했던 순간을 가리지 말자

좋았고, 행복했던 순간은 분명있다. 생각보다 많은 곳을 여행 갔고, 누군가를 좋아해서 내 시신경과 좌심방좌심실 모두가 당신이었던 적도 있다. 몰랐던 사람을 가까이 알게 되었던 적도 있고, 뜻밖의 순간에 뜻밖에 기회도 많았던 것 같다. 이런 좋았던 순간들은 가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집으로가는 택시안에서 엉엉 울었다

가끔 친한 친구보다 이렇게 만나는 택시기사 아저씨랑 말을 통할때가 있다.

씁쓸하다가도, 그렇게 위로 받고 싶은 새벽이었다.



소셜미디어로 보여지는 내가 싫다고 하면서

난 또 이렇게 나의 감정과 생각을 남겨 놓는다.

난 끝까지 모순적인 사람이다.

2018년 잘가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