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되니 더 많은 여행을 다닐 수 없었다.
가난 하지만 꿈 많던 10대
실패가 많았지만 꿈 많던 20대
늘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던 건
낯선 타지에서 느끼는 영감(靈感)이었다.
직장인이 되면서 평범해진 나의 모습
반복되는 일상, 매달 들어오는 월급에 배부른 돼지가 된 느낌이 때론 싫을 때가 있지만
뚜렷하게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혹자는 말한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기 위해선 '용기'의 차이뿐이라고
난 용기 이전에 내가 살고 싶은 삶이 그러 지지 않는 요즘이다.
직장인이 되면 가난했던 대학생 때보다 더 많은 여행을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돈은 있는데
시간이 없다.
돈은 있는데
'어떻게 휴가를 내지?'
가족 중에 누군가를 팔아하나? 병원 검진이 있다고 할까? 피노키오가 되어 상상을 한다.
그깟 종이에 사인하나 받는 게
이렇게 겁이 난다니 말이다.
그렇게 휴가를 내어도
먼 지역으로 여행을 가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
비행기는 9시간 이상은 타줘야 여행을 하는 구나 생각하겠지만
여행지는 점점 가까운 곳과 휴양지로만 좁혀진다.
아! 이럴 거면 대학생 때 돈을 좀 더 모아서
배낭여행으로 유럽은 꼭 다녀올걸. 이제야 또 후회가 된다.
여행지에서 늦잠을 자고 싶은 적도 있지만
마음속에 또 다른 네가 말을 한다.
'이게 어떻게 받은 휴가인데 늦잠이라니!'
휴가를 꼬박 기다린 직장인에게
휴가지에서 하고 싶은 A부터 Z까지의 계획은 어마어마하다.
회사에서 보고서 하나 쓸 때는 게을러 터진 소인데
휴가 계획을 짤 때 만큼은 싱크빅이 탑재된다.
여행을 하다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아 속상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나를 속상하게 한 것은 내가 세운 계획들이다.
누구도 나에게 그 계획을 강요한 적은 없다.
나를 구속하고 있는 건 자신이었다.
미리 세워둔 완벽한 계획
여행에서 완벽한 것은
건강하게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것
2박 4일, 3박 5일.
공항으로 퇴근을 하고
새벽 비행기에서 내려 출근을 하는 여행 일정.
몇 번 경험을 해보니 출근 후 여독이 풀리지 않아 지독하게 피곤하지만
분명 한 건 직장인도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떠날 수 없다는 건
그저 변명일 뿐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