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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사진관 Aug 16. 2015

공항으로 퇴근하는 날이 있다.

언젠가 책으로 만들어질 사진집

공항으로  퇴근하는 날이 있다. 
딱히 무얼 하겠다는 계획은 없다.
그저 내가 5일 동안 보낸 이 공간이 너무 답답해서 떠나고 싶었다.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Vaclav Havel Airport Prague)

누구나 좋아하는 공간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나에게 공항이라는 곳도 그렇다.


대학생 때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고이 모은 돈으로 배낭여행을 떠났고, 지금은 돈은 있지만 팀장님의 눈치를 봐가며 휴가계를 쓰며 여행을 떠난다. 휴가계를 쓸 때 집안일, 어머니가 아프셔서요 등등 사돈에 팔촌까지 팔아가며 제출한 뒤 비행기 티켓을 받아 들고 지하 맥도널드에서 먹는 맥모닝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경제가 불경기라는데 공항에 서있어 보면 불경이는 남의 이야기인 것 같다.


다들 어디로 가는 걸까? 

플랫폼에 서서 보면 5분 간격으로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는 비행기의 시간들로 빼곡하다. 

친구들은 왜 그렇게 여행을 가냐고 묻는다. 딱히 이유는 없다. 돌아오면 남는 건 카드  값뿐이겠지만  죽기 전에 내가 세상에서 보고 느끼는 것은 얼마나 될까?


오늘도 나는 공항으로 간다. 

또 다른 세상과 낯선 공간에서 나를 만나기 위해.

#여행


언어가 통하지 않았던 낯선 곳에서의 두려움,

고산병으로 깨질 듯한 두통

45도 폭염 속에 서도 느낀 삶의 여유

교통체증으로 비행기를 놓칠 뻔했던 긴박함

잊을 수 없는 음식의 맛,

가난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어린이들의 미소

여행지에서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소중함, 

사기를 당하고도 말할 수 없는 답답함

자연의 위대함,

세상의 다양함, 너무 다른 사고방식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

.

.

여행을 통한 경험,

길 위에서 사진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온기.

볼리비아 공항

여행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가기 전 무슨 아쉬움이 남아서 멈추게 된다.

내 여행 처음으로 큰 배낭을 메고 다녔던 첫 여행.(물론 국토 순례할 때는 빼고)


언어에 서툴러도 이렇게 서툰... 스페인어는 정말 하나도 몰라서 어리둥절 했던 여행.

세상과 단절된 벙어리 같은 2주였지만 내 평생 기억에 남을 여행


" 너 어디야 지금? 한국 도착했어? "

" 아니. 난 지금 지구 반대편 볼리비아에서도 와이파이가 터져 " 

" 세상 진짜 좋아졌다! " 


그러게 세상 진짜 좋아졌다.


2001년 캐나다 유학시절 한국통신 002에서 카드를 구입해 3만 원을 충전하고 

집으로  전화할 때는 쪼르르르 공중전화기에 붙어서 전화를 했다. 

그땐 몇 분, 아니 단 몇 초가 지나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전화기를 붙들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쏟아 내었지만.

WI FI라는 전파녀석의 등장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해 세상은 가까워졌다.


 우리 사이는 멀어졌지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LCCT 공항 (Kuala Lumpur, Malaysia)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의 두 시간

이번 여행은 유독 비행기로 이동하는 게 많아   

공항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었다.


출국하는 사람들의 설렘

귀국하는 사람들의 일상으로의 표정 

기다리는 비행기의 지루함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


여행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에너지 충전의 시간

나는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얻고, 생각했는가 돌아본다.

베트남 호치민 공항

호찌민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대기시간 6시간의 지루함. 


공항 바닥에 앉아 겨우겨우 와이파이를 연결해 

버스커버스커 2집 '처음엔 사랑이란 게'를 들었다.


김광석과

10cm를 앞도 하는 감성과 전율.


참 쉽게 영원할 거라 믿었던 것도 

영원할 것 같지 않다. 

여행의 기억도, 지난날 우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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