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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해외여행의 기억

2박 3일 오사카. 초코파이만 먹었던 날들

by 엄지사진관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서툴렀다.
그래도 여행이었다.

늦은 대학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1년이 지났는지 모를

어느 겨울날

친구에게 온 연락.

"엄지야 오사카 가자!"

"그래. 그럼 어떻게 가야 하는데?"


단지 여행사를 통해서 여행을 가는 것밖에 몰랐던 촌뜩이었던 나는

인터넷 사이트와 항공사 홈페이지를 처음 들어가보면서

항공권과 tax의 개념. 시간 때에 따른 가격차이 등등 신선한 경험을 마주했다.

여행 가는 것도 똑똑해야 하구나.


그렇게 뜻밖에 해외를 나가게 되었다.

도톤보리. 움직이는 게 간판 카니도라구

처음 해외여행을 갔을 때 사진을 보면

간판, 표지판, 지하철 입구, 버스, 지하철 등등의 사진이 많다.

그때 사진을 보면 왜 이런 거만 찍었지?라고 웃음만 짓게 된다.

같은 간판이지만 글자가 달라보여서 그런지 오사카도 이국적이었다.

지하철에서 만나는 모든 모습이

이국적

일정표에 빼곡히

국토순례 수준으로 다녔다.

같은 밤이지만

이렇게 설레어서 잠 못 이루긴 처음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는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의 이야기

꼭 이럴 땐 어정쩡하게 배운 영어가 문제다.


그냥 방긋 웃기만 한다.

아항-

아, 그리고 이제야 고백하지만

첫 여행은 너무나 서툴렀다. 어떻게 돈을 벌어 온 여행인데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무엇을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초코파이를 들고 다니면서 끼니를 해결했다.

철 없던 생각 때문에 같이 여행을 하고 있는 친구에 대한 배려마저 부족했다.

누군가 다녀온 오사카 여행지를 나의 계획표에 끌어다 놓고

마치 여기를 가지 않으면 큰 일 나는 것처럼 여행을 다녔다.


철 없고 서툴렀던 여행

한국에 도착해서 이젠 그 친구와 연락도 하지 못하는 사이가 돼버렸다.

처음에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몰랐는데.

지나 보니 미안하다고

서툴러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여행을 가기 위해 경비를 모은 건

아르바이트를 꼬박해서 한 달이 걸렸는데

그 시간에 비해 2박 3일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첫 해외여행은 그랬다.

비행기가 뜰 때 설레면서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문자를 쉴 새 없이 보냈다.

' 나간다' '다녀올게'를 반복하고,

기내식은 언제 먹을 수 있을지 두근거렸고.

비행기 창 측에 앉아서 밖을 보면 구름이 신기했다.


이젠

점점 무뎌져 간다.

처음 해외여행을 떠났던

그 겨울밤

시원한 생맥주를 찾아 헤매었던

그 날 밤의 설렘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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