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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떠난 여행

내 삶의 버킷리스트, 할머니와 제주도 여행

by 엄지사진관
더 늦기 전에 떠나야 했다.
말단 신입사원이 휴가계를 제출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또 눈치를 보고 있었다.

굉장히 두근거렸고 나름 많이 준비를 했다.

나의 버킷리스트였던 할머니와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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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할머니라는 존재는 특별하다.

부모님이 맞벌이라 나를 포함해 무려 4명이나 손녀들을 키운 할머니


그때는 몰랐는데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지금 보면 아이를 키운다는건 대단한 거였다.

나도 나의 동생도 20년 동안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였던 할머니와의 여행

할머니와 딸(고모)그리고 손녀 이렇게 3일간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일본을 가고 싶었지만 할머니 건강이 좋지 않아서 제주도로 떠났다.

뭐 어디든 어떠한가 함께 하고 있으니!


출발부터 걱정의 연속이었다. 김포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의 30분 지연

할머니를 제주 공항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기로 했는데

할머니 휠체어를 내가 들고 있는데 조마조마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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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첫 점심을 먹고 입가심을 위해 망고레이에서 할머니를 달달한 것을 사드렸다.

망고 레이는 번호표 대신에 연예인 이름으로 불러주는데

할머니는 '전지현'을 받으셨다.

할머니가 전지현 제주도 왔냐며 어디 있느냐며 우리는 그런 게 아니라고 몇 번이나 설명해야 했다.

별에서 온 그대를 다 보셨다니.

대단하다.

내가 왔던 제주도의 여행 중

탑 오브 탑 탑 탑으로 날씨가 좋았다.


제주도를 수 없이 가보았지만 이번 여행은 정말 일정 짜기가 힘들었다.

한림공원을 어른들이 좋아해서 넣었는데

입장료가 만원! 헉!

한림공원에서 인증샷을 찍고 만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지만

할머니의 체력 저하로 10분 만에 관람 종료


할머니가 제주도에 기대를 하고 오셨기에

핫 플레이스인 오설록으로 향했다.

할머니는 그냥 믹스커피가 맛있다고 하셨다.


할머니 이건 녹차예요 녹차!!!

할머니 손을 잡고 걷는데

할머니 손이 많이 거칠어지셨다.

슬프다.

할머니와 제주도 여행

첫날은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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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제주도 여행 2일 차

아침은 할머니 스타일로 전복죽

종달리 마을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또 먹고

먹었다.

할머니가 여기에 집을 사서 살고 싶다고 했다.

고모가 말했다

"중국인들이 다 사서 비싸니까 꿈 깨소!"

웨딩과 스냅사진의 성지라고 불리오는 곳에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

.

.

.

할머니는 금세 힘들어하셨고

오후 3시가 되어서 숙소로 들어왔다.

갑자기 숙소로 들어오니

TV 리모컨을 든 할머니는 기순이 쏟아나셨다가

잠이 드셨다.


피곤해하시는 할머니에게 어떻게 온 여행인데 이렇게 힘들어하느냐고 말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할머니와 제주도에 와서 제주도 구석구석 보고 느끼는 것도 좋지만

할머니와 '함께'여행을 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행복한 거였다.

마지막 저녁을 먹기 위해 월정리 바다로 향했다.

할머니한테 제주도에서 예쁜 바다예요 하니


"진해랑 뭐가 다르니" 하셨다.

짧지만

내 평생을

그리고 할머니에게 처음, 고모들도 처음이었던

제주도 여행

누군가에게 참 간절했던 3일간의 여행이었다.


할머니와 여행은 일정의 10%도 소화를 못한다는 점.

나의 욕심으로 처음에는 제주도 관광지 구석구석을 봐야 한다고 해서 할머니가 힘드셔 했는데...

생각해보니 장소보다는 할머니와 '왔다'는 게 더 중요했다...


더 늦기 전에.

진짜 늦기 전에.

모든 걸 해야 한다고 자극을 받았다.


할머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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