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모든 MBTI는 까다롭지만 INTJ는 특이해
30대 후반 무렵 열풍을 일으킨 MBTI는 내가 어릴 때 별자리, 혈액형, 성격유형 검사 등으로 사람 성격을 구별하고, 러브장에 알록달록 꾸미며 너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구별했던 것과는 달랐다. 내가 국민학교 때 MBTI가 나왔다면 사람을 이해하는데, 나를 이해하는데 조금 달랐을까? 돌이켜 보면 10대, 20대 성격이 지금과는 너무 다르기에 MBTI도 달랐을 것 같다. 10대, 20대 남의 눈치를 많이 보고 살았으니 말이다. 지금은 너무나 누구의 눈치를 안 보고 살 만큼 독불장군이다. 그만큼 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지쳤다는 말이지만 또 상처를 받고, 지쳤어도 다시금 누군가를 만나고, 이어간다.
혜리는 늘 웃으며 그래도 사람을 순수하게 좋아해서 네가 더 상처받을 수도 있을 거라고 했다.
젠장 20대도 아니고 말이다.
이제는 소개팅에 나가도 하는 말이 정해져있고, 자만추를 하기에는 집돌이에 촬영뿐이라 너무 바쁘다. 만나는 사람들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 기 빨리기보다는 좋아하는 친구들도 자주 못 보는 시간이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더 쏟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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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있어서도 시간의 효율성을 생각하는 기계적인 인간,
애초에 나란 인간은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만난 지 며칠도 안돼 편안한 사이를 생각하는 것 자채가 오해다. 나는 이런 사람이니 네가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하는 것도 상대가 나를 많이 좋아해 줘야 하는 가정 아래 성립이 되는 거지 어느 모임을 가도 별로 말 걸고 싶지도 않고, 말수도 없지만 반대로 내게 누군가 질문을 한다면 답은 또 잘한다. 질문이 거의 사진, 일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이런 대답은 기똥차게 잘한다. 그 이상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허허 거리며 답 없이 그럴 수도 있죠. 그렇겠죠라며 넘기기 일쑤다. 그렇다고 뭐 처음 만났는데 주식 이야기를 해, 내가 하고 있는 이야기를 해 등등 매번 새롭게 자기소개를 하는 느낌이다.
그 짧은 만남 속에서 '아 저 사람 다시 만나고 싶다'라는 메시지를 마음속에 남겨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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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등쌀에 못 이겨 나간 카페에서
서로 눈치껏 아 그럼 시간만 서로 시간만 때우다가 들어가시죠라는 말에
몇 시간 넘도록 각자 일만 하다가 배가 고파져 아 그럼 치킨에 맥주라도 한잔하시고 들어갈까요?
그렇게 시작됐던 핑크빛도 어떠한 설렘도 아니었지만
침묵 속에 편안함이 더없이 있던 배려였다.
이따금 진짜 좋은 거 맞아?라고 묻는데
싫으면 싫다고 이야기를 하지~
좋으니까 나왔지~ 연락하지~ 물어보지~라고 말하는데
퉁명스러운 네게
'좋아합니다'라고 써써 포스트잇에 얼굴 붙이고 다닐까? 물어보았다.
그래 이 포인트다 가끔은 능글맞게 구는 이 포인트가 내 벽을 허물고 마음을 열었다는 것일지도
오빠 INTJ가 좋아하고, 마음 열면 제일 첫 번째로 하는 게 먼지 알아?
-뭔데?
질문을 해~ 상대에 대해서 질문을~
-응?
그래서 상대를 알고 탐구하고,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기억해
-뭔가 전략적이군
만나서 며칠도 안돼 이 관계가 편하길 바라는 것은 오해다.
그 어색해 하는 공기에서 나오는 뚝딱거림에 상대는 부담스러워하고, 불편해하기도 했다.
눈치 없었던 나는 내가 너무 순수한 건가~ 였지만 이 역시도 오해였다.
오해라는 단어를 많이 썼는데
최근에 <파반느>라는 넷플릭스 영화를 보고,
너무 이해를 못 해서 소설책을 샀다.
오빠 모든 사랑은 오해래
-이건 또 무슨 소리람
아니 그 영화를 봤는데 첫 시작이 그래
-ㅋㅋㅋㅋㅋㅋ (약간 또 시작됐다는 그런 느낌)
요즘 보정을 하면서 9시간은 유튜브에서 역사 관련 영상을 보고
조선 역사에 빠져있어서
문안인사드립니다.
-오늘은 무슨 버전인가요
원경황후입니다
-그럼 나는 이방원인가요?
하.... 이방원 바람둥이인데 싫소이다 그건
생뚱맞은 소리도
척하면 척
그러려니
허허허 받아주는 걸 보니
우리 좀 서로를 오해가 아닌 이해를 하고 있나 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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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해야 할 당신을 위해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 사람은 남들과는 다르다는 오해.
그리고 영원할 거라는 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