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마지막 가을
내 서른 살은 모든 게 완벽하게 시작될 줄 알았다.
더운 여름 어떻게 버티냐며 찡찡 걸렸는데
달력이 한 장 넘어가니. 달력마저 아홉수가 되니
얇은 긴팔을 꺼내 입었다.
아,
가을인가 보다.
30살이 오기 전에
왜 그들은 두려워했는지, 우울해했는지
김광석에 서른 즘에를 들으면서 소주 한 잔을 들이키며
어떤 낭만을 찾고 싶었는지 몰랐는데
점점 실감하는 중이다.
나의 서른은 완벽할 줄 알았다.
결론적으로 완벽한 건 어릴 때보다 성숙해진 몸매뿐.
집도 없고, 모아둔 돈도 없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큰 불안감은
뭘 해먹고살지. 무엇을 좋아하는지가 늘 궁금하다는 것이다.
10대에는 대학의 불합격에 불안했고
20대에는 취업에 불합격에 불안해했다.
30대에는 무엇에 불안해해야 할까
이 불안함 속에서도
행복하다고 웃을 수 있는
하루하루 몇 안 되는 파편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괜찮다. 아직 30살이 되기 전이다.
나는 30살이 되기전
파리에 가서 에펠탑을 보고 싶었다.
텅 빈 공간에 원래는 프랑스의 것도 아닌
철근 구조물이 왜 보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나는 오늘
파리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