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오춘기

​안녕하십니까?

by 엄지사진관

생각해보면 나는

굉장히 대학생 때 열정적이었고,

무언가를 하고 싶어 했고,

사람 사는 따뜻한 세상을 기대했고,

회사에 들어가면 퇴근길에 소주 한잔하며 나와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줄 알 있고,

열정과 꿈이 살아가는 원동력이라 생각했고,

일하는 건 조금 서툴러도 사람이 좋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랬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랬다.

살아보니


무능하면 열정도 민폐고,

굳이 뭐 대단한 걸 안 해도 되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말 조심해야 한다고 느꼈고, 싹수없어도 성과만 잘 내는 사람이면 된다고,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 맞는 일도 많다.


그렇게 느껴졌다.


회사생활이 어느 정도 지나니

건방진 말이겠지만

긴장감은 풀리고, 한껏 부풀었던 직장인의 생활보다는 '아직 월요일이야?','금요일이면 좋겠다'는 말부터 털어 놓는다.


친하게 지냈던 동기들이 하나 둘 퇴사하는 모습을 보며 요즘 취업이 얼마나 힘든데 퇴사를 하려고 하냐고 말리기도 했지만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나조차도 흔들리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여행을 다녀오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도무지

"왜 살지?"

"나의 다음 목표는 무엇이지?"에 대한 굉장한 고민에 빠져있다.

다음

그 다음

꼭 그렇게 결정된 '무엇'이 있어야 해?라고 누가 물어본다면 나는 할 말은 없겠지만... 살아온 습관이 그래서 무언가 다음에 하고 싶은 것이 없다는 것에 굉장한 불안감을 느끼곤 한다.

물어보고 싶다.


"직장생활하면서 돈 벌어서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이렇게 쌓은 커리어로 뭐 대단한 거 하고 싶으세요?"


아무리 바빠도

매일 같은 업무, 반복적인 것을 해도

흘러가는

이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


중고등학교 때는 그렇게 안 가던 시간이

20대, 30대는 LTE 급으로 흘러간다.


특별한 것도

특이한 것도

잘난 것도 없는

평범한 삶이지만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다시 오춘기가 도졌나 보다.


왜 멘탈이

이 모양

사춘기

오춘기 인가

나는 나에게 잘 지내냐고 묻고 싶다.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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