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신입사원의 한 달

서툴렀던 시간

by 엄지사진관

취업을 했다는 생각도 잠시 낯선 공간과 낯선 사람들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대학생 때와는 달리 실수는 용납되지 않고, 숫자 하나. 보고서의 맞춤법 하나 굉장히 신경을 써야 하는 신입사원 그냥 회사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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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들 보다 늦게 취업을 해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보험이 내 이름으로" 될 때 친구들이 받으면 참 묘하다고 했는데. 그 느낌을 잘 몰랐는데 정말 묘했다. 유난스럽기도 하지만 27년 동안 두 칸을 차지하고 있던 부모님 흔적이 싹 지워졌다. 막상 받아보니 묘하면서도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참 빠르다는 생각에 두 번 놀랬다.

공부할게 너무 많다. 4대 보험부터 해서 적금에 혜택 등등 살펴보고 따져봐야 하는 게 너무 많다.

꼼꼼하지 못하지만 눈 부릅뜨고 세어 나가지 않게 잘 막아보자.


왜 대학에서 이런 거 안 가르쳐줬냐고 생각하지만

대학은 학문을 가르치는 곳이고, 사회는 인생을 배워야 하는 곳이라 쌤쌤이 치자.

진짜. 사회생활이 시작된 기분이다. 잡다한 지식이 많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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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안서 PPT 발표를 한 날,

회사에서 약식으로 하는 거라 스티브 잡스처럼 옷을 입고 갔다.

상사에게 혼났다. 깨졌다.

"여기가 학교냐?"

"네가 잡스야?"

하...

발표는 또 어떠했나. 어떤 제안서 발표 이건 전체적인 기본 흐름과 깊이를 알고 그 바탕으로 연습을 해야 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공모전, 제안서 발표 등을 하면서 잠시 자만했던 나를 돌아본다. 이곳은 대학교 과제나 공모전 발표가 아니다.

전쟁이다.

나의 PT로

천만 원, 일억, 오억 과연 이 만큼 끌어 올 수 있을 만큼

나는 임팩트가 있었던가?

악바리처럼 연습을 해도 부족한데. 잠시 나태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첫 PT 발표날. 서툴다는 건 이제 그저 변명일 뿐.


돌아보니 취업을 한지 한 달. 한 달전 이 회사 회의실에서 첫 면접을 보았었다.

그때의 당참 뭐든 씹어먹겠다는 눈 빛은 어디로 간 걸까? 오늘 첫 제안서 작업을 마쳤다. 늘 느끼는 건 대학교 공모전과 다르다는 걸 실감하면서 [PPT 한 장이 왜 구성되었는지 무엇을 말하는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훈련을 하고 있다. 전략적 사고란 무엇이며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사고력 확장을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너무 날로 먹으려고 했다. 쉽게 아이디어를 내고 내 아이디어 대로 팍팍 진행이 될 줄 알았다. 사고의 깊이는 시간이 걸린다. 나는 그 시간을 날로 먹으려고 했다. 다양한 분야의 독서, 나는 전공이 광고홍보 쪽이 아니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 수준의 필요. 대화를 할 때 논리적으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지 등등.... 한 달이 지나도 너무 배울께 많다.


자신감도 없다.

회사는 이렇게 무서운 곳인데.

우리 아버지는 어떻게 20년 이상을 다니셨지?

힘내자.

한 달전 면접날을 잊지 말고.

첫 월급 기억나시나요?

그렇게 한 달이 지나 첫. 월급을 받았다.

첫 월급이 통장에 찍히는 날

스쳐지나가는 것이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인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벌어봤지만 4대 보험이 적용되면서 받은 첫 월급. 기대보다는 국가가 들고 가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 나쁜 놈들. 월급 작다며 동기들과 맥주 한잔 시원하게 하고 풀 죽어 집에 들어 오는 나에게 어머니가 내민 쪽지.

정말 열심히 계획했다며 어머니가 보여준 종이 '엄지 한 턱 쏘기'


월급이 작던 많던 첫 월급은 가족과 고마운 사람들에게 다 써야 한다며 엄청난 사람들이 적힌

어미니의 쪽지. 난 오늘 우리 가족들이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하지만 날 그만큼 생각해주고 응원해준 고마운 분들이기에 슬프지만 행복하다.

월급은 카드회사가 가져간다던데 첫 월급은 가족들이 다 들고 가는구나.

하나하나하고 싶은 거 아껴서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행복하다.

월급 적다고 투정 부리는 것 보다. 내가 수 많은 면접에서 떨어지고 힘들어했을 때.. 그때가 무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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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회사에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주량, 이성 친구 여부, 사는 곳 '

정말 많이들 물어보시고 여러 번 답했던 3가지 공통질

신입이 온다고 했을 때 남자 선배들의 반응은

'예뻐?'

'예뻐?'

'예뻐?'


여자 선배들의 반응은

'키는?'

'차는?'

요렇게들 기대를 하고 있었겠지만 하지만 내가 등장하는 순간.. 표정들이

'아 네가 신입사원이구나…' 상황이 종료


새로운 핸드폰

새로운 버스노선

새로운 정장

새로운 공간

새롭다 모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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