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던 이유는 사고 싶은 장난감을 원 없이 나의 돈으로 사고 싶었다.
한 달, 두 달 꼬박 받는 월급을 쪼개어 장난감을 사는 건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첫 여름 휴가. 사실상 과장님, 대리님에게 순번이 밀리고 밀려 어정쩡한 날에 떨어진 나의 첫 휴가 날을 받으니 막상 기분이 좋으면서도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을 했다.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가는 두 나라의 국경을 가장 간편하게 넘는 교통수단은 바로 버스!
싱가포르에서 조호바루로 갈 때에는 MRT(싱가포르 지하철) 크란지(Kranji) 역에서 170번 버스 탑승
또는 MRT 우드랜드(Woodlands) 역에서 950번을 타고 갈 수도 있다.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을 때는 싱가포르 우드랜드 체크포인트와 말레이시아 JB체크포인트 두 곳에서 전부 하차해야 한다. 싱가포르 이지링크(Ez-link) 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하차시 카드 태그
싱가포르 우드랜드 체크포인트에서 출입국 수속을 마친 뒤, 다시 동일한 버스를 타고 JB 체크포인트에 내려 말레이시아 출입국 수속을 완료
원 없이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자.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있는 레고랜드를 가기로 했다. 사실 레고의 본고장인 덴마크를 가야 했지만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가까운 말레이시아로 향했다. 조호바루는 말레이시아보다 싱가포르와 가까운 국경 지역에 있는 곳이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조호바루는 버스로 국경을 넘어가는데 비행기만 타고 다른 나라를 갈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접할 수 없는 첫 문화적 충격이었다. 어설프게 걸어가면 누군가 잡아갈 것 같아서 최대한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으로 따라 나가 간신히 입국 절차를 마쳤다. 덩그러니 조호바루에 도착했다.
한 시간에 한 대었는 레고랜드행 버스를 무작정 기다렸다. 버스는 예정시간보다 20분이 지나도 보이지가 않았는데 알고 보니 고장이 났다고 한다. 마냥 여행이 좋을 수만은 없다고 하지만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는 당혹스럽고 짜증부터 났다. 곁에 있던 한 가족분이 택시를 타고 갈 예정인데 같이 갈래?라고 물어보았다. 사람 참 또 마음이 그런 게 저 사람들 같은 일행이 아닐까? 괜찮을까? 항상 혼자 하는 여행에는 걱정이 앞선다.
그렇게 2시간이 훌쩍 넘어 어렵게 도착한 레고랜드.
모든 고민과 걱정은 레고랜드 앞에서 사라졌다.
보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것은 즐기며 살아야 적성이 풀리는 나에게 하루 동안 정말 원 없이 레고 세상에 갇힌 순간은 그야말로 행복했다. 생각보다 여행정보가 많이 없어서 걱정했지만. 없어서 다행이었다. 나의 마음대로 누가 다녀오거나 이미 했던 정보가 아닌 정말 즉석에서 찾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이 가득했다. 회사생활하면서 힘들게 지내도 이렇게 짧은 처방이 있어 버틸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