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_그렇게 서른 문턱

이립.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

by 엄지사진관
서른의 문턱이 올 무렵 그리고 되기 전날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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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름없는 똑같은 24시간의 시작인데 왜 이리 느낌은 달랐으며

사춘기와 오춘기 감성까지 폭발했는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나의 20대의 시작은 참 늦었다.

운동선수로 오랜 시간을 보내 공부와 담을 쌓았지만

생각에도 없던 운동의 포기로 재수, 삼수 늦게 대학에 진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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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대학을 가면 성공할 줄 알았던 나는 서울로 대학을 오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아침에 버스에서 내리면 달리기로 시작하고

지하철을 타면 키 작은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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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했던 대학생활과는 많이 달랐다.

남자 셋 여자 셋 같은 드라마 같은 대학생활은 없었다.(너무 세대차이인가? 논스톱?)

수능을 보면 더 이상 시험이 없을 것 같았지만

매달 토익에 자격증 시험에 또 다른 판이 펼쳐졌다.

철이 없었다. 난 그렇게 취업에 목 메기 싫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은 고스란히 여행을 떠났다. 대외활동, 해외봉사 등등 남들의 시선에 멋져 보이려고 전전긍긍했는지 모르겠다. 때론 지나친 욕심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준 적도 있었지만 그 욕심 덕분에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었고 시골에서 촌뜩이었던 나는 나의 주변 환경마저 바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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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취업은 해야겠다.

대학교 4학년 2학기 무렵. 요즘 대학생들은 그렇게 놀지 않는다는데 나는 4학년이 돼서도 정신을 못 차렸다. 열심히 놀고, 열심히 살았으니 취업은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열정, 청춘이라는 솔깃한 말에 현혹되어 당연하다고 믿었다.

착각이었다.

열정적인 친구는 자칫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해 보일 수도 있고, 외국계 회사를 지원함에 있어 영어를 서툴게 한다는 것은 비즈니스를 할 사람을 뽑는데 있어 자격 요건조차 되지 않았다.


어영부영. 내가 하고 싶은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가고 싶은 회사와 비슷한 직무가 있는 회사에 뿌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만 취업은 해야겠다는 절박함이 강했던 것 같다. 자칫 오버 같은 이 행동이 조금의 진심이 전해져 취업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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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여니 또 다른 문이 있었다.

국가대표 탈락, 연이은 입시 낙방, 그리고 취업

문을 여니 또 다른 문이 있었다.

문을 열기 위해 문턱 앞에서 사람들은 좌절과 쓰디쓴 아픔을 맛보지만

문을 열면 뒷 문은 쳐다보지 않는다. 그저 추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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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남들처럼 목에 사원증을 걸고 회사생활을 3년 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청춘과 열정을 부르 짓으며 세계일주를 하고, 오지를 여행하는 친구들이 그저 멋있어 보였지만 지나 보니 평범한 일상 속에도 슈퍼맨들이 존재했다.

회사생활이 마냥 돈을 버는 것과는 달리 참 힘든 것이라는 것도 느끼며

동시에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으며

퇴사하는 동기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다가도

너무나 열심히 일하시는 팀장님들을 보면 빨 때를 꽂아서라도 비결을 배우고 싶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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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이를 키우면서 출퇴근하는 어머니들은 정말 대단했다.

오전 7시 40분 늘 5호선 4-4번 칸에서 만나는 한 어머니와 아이

자주 만나다 보니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어머니의 소소한 출근길에 바람은 "아침에 손에 아메리카노 한 만들고 출근을 하고 싶어요 하하하"였다.


내가 누릴 수 있는 평범한 아침이

누군가에게는 하고 싶은 소중한 것일 수 있겠구나

참 감사해야겠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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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험, 감정들이 지나갔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나의 20대는 가난했지만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다.


10년째 변하지 않는
1월 1일 다짐
기필코 올해는 다이어트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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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의 서른 살은 시작되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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