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말하는 고백, 그때 퇴사는 참 잘했어!

by 엄지사진관

어제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는데 평소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데 조금 빙 둘러가도 좋으니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갔다. 비가 내리는 퇴근길은 더욱 막혔다. 퇴근해서 기분이 좋지만 내리는 비를 맞은 우산에 행여나 옷에 묻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사람과 이른 저녁부터 술이 얼큰하게 취한 아저씨, 지친 표정이 가득한 사람 등등 집으로 가는 버스에는 성에가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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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보이는 불빛 하나둘 사이로 이런 질문이 지나갔다.

내가 30살 되기 전에 20대에 잘 한 건 몇 개가 있을까?


우습지만 그 몇 가지 중에 ‘퇴사’가 있었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내가 30살이 되기 전 가장 잘한 것 중 하나를 뽑자면 퇴사를 한 것이었다.

누구도 반대했고, 나 자신도 생각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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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을 다니면 한 달의 유급휴가를 주는데 그 한 달을 직전에 앞두고 ‘여행 좋아하니까 한 달 여행하다가 생각해’, ‘너한테 이직장은 정말 신의 직장이다. 좀만 더 버텨라.’ 등등의 말들을 해주셨다. 고민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 달 유급휴가 대학생활을 하면서 가지 못한 유럽 배낭여행을 가기 위해 모았던 돈도 있었고,

회사생활 하면서 방학이 없는 게 늘 아쉬웠는데 방학을 하면 생각이 좀 달라질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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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렇게 또 보내다간 그냥 그런 인생이 될 것 같았다.

앞으로 20년 후에 당신은 저지른 일보다는
저지르지 않은 일에 더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밧줄을 풀고 안전한 항구를 벗어나 항해를 떠나라.
돛에 무역풍을 가득 담고 탐험하고, 꿈꾸며, 발견하라.
-마크 트웨인-


나의 퇴사를 뽐뿌시켰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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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매일 규칙적이면서도 반복적인 그러나 조금은 다이내믹 했던 일들을 하면서도 딱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째,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

두 째, 여기서 더 이상은 아니다는 생각


후자를 먼저 말해보겠다. 겉보기에 훌륭한 회사, 가족적인 분위기라 하지만 직원의 과다한 회사일, 불균형한 삶, 따를 수 있는 리더 부재 등등 무엇보다 3년 동안 일을 하면서 업무를 같이하는 동료들은 있었지만 나와 같이 일을 하는 선배가 없었다. 선배가 없다는 건 내가 마음대로 해서 좋기도 하고, 휴가도 마음대로 쓸 수 있어서 좋았지만 내가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처음에 좋다가도…

아직 모르는 건 더 배울 나이인데 싶었다.

(이건 이직을 하니 좀 더 알 것 같다. 매일 하나 쓰는 것도 꼼꼼하면서 때론 자신에 경험을 바탕으로 말해주는 선배가 여기에 있으니 말이다)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

여기서 1년, 2년 더 있으면 난 그냥 여기서 여기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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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나오면서 “어머~엄지 씨 없으면 어떻게요”라는 말을 믿었다. 나름 애사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속한 조직에 애사심은 늘 많다.) 회사를 나오고 전전긍긍할 때쯤 들려온다. 후임이 너무 잘하고 있다는 사실. 다행이다 싶다가도 마음 한쪽에서는 아 x발 역시 회사는 회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다. 회사는 회사라는 사실을. 결코 ‘나’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시 돌아가 전자로 관련된 업무로 창업을 하려고 했다. 목돈이 있으니 아 이제는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어라 그런데 용기가 없다. 주변에 창업한 친구들이 있어서 여차여차하면 꾸려갈 수 있겠다 생각했다.

한 달을 해보았다. 수입은 괜찮아 보였으나 지속해서 이어나갈 용기, 나라는 녀석은 꽤 안정적일 때 다른 걸 하고 싶어하고, 즐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막상 경력직으로 취업하는 취업시장도 만만치 않았다.

준비하면서도 힘들었지만 내가 다시 직장인이라는 직장생활을 다시 하고 싶다는 것에 스스로 놀랬다.

다시 취업하면서 하루하루에 감사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나의 시간을 내어 즐거운 것을 해보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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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새로운 곳에서의 100일이 지났다.

돌아보니 이렇게 말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지독하게 힘들었던 순간도 또 다른 문을 열면 잊히기 마련

또 다른 문을 열고 나아가는 과정도 힘들겠지만 가끔 뒷문도 바라보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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